<앵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17살의 스노보드 천재 최가온 선수가 새 역사를 썼습니다. 경기 도중 다리를 다치는 악재 속에서도 불굴의 투혼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이 종목 최연소 우승과 함께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밀라노에서 하성룡 기자입니다.
<기자>
최가온은 결선 1차 시기부터 아찔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공중에서 3바퀴를 도는 고난도 묘기를 펼치다가, 보드가 파이프 턱에 걸려 중심을 잃고 떨어졌습니다.
큰 충격으로 한참을 쓰러져 있다가 눈물을 흘리며 슬로프를 내려온 최가온은 주변의 만류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최가온/스노보드 국가대표 : '나 이제 못하겠구나' 하고 위에 올라가서 엉엉 울다가 이 악물고 걷기 시작하니까 조금 다리 (상태)가 나아져서 그때부터 (2, 3차 시기를) 타려고 노력했어요.]
2차 시기도 첫 점프에서 넘어졌지만, 눈보라가 거세진 마지막 3차 시기에 거짓말 같은 역전극을 펼쳤습니다.
리비뇨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라, 2바퀴 반 회전을 비롯한 화려한 기술을 5차례 완벽하게 구사했고, 90.25점을 획득해 선두 클로이 김을 2.25점 차로 제쳤습니다.
그리고 클로이 김이 3차 시기에 넘어지면서, 우승을 확정한 17살 소녀는 아버지와 코치를 끌어안고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최초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최가온/스노보드 국가대표 : 결승에 간 것만 해도 너무 기뻤는데, 첫 메달 색이 '금색'이라서 정말 행복하고 꿈만 같아요.]
최가온은 자신의 우상이자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재미 교포 클로이 김의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고,
[최가온/스노보드 국가대표 : 제가 1등 하길 바랐지만, 속으로는 제가 스스로 클로이 (김) 언니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내가 클로이 언니를 이 정도로 존경을 많이 했구나'라는 걸 또다시 느꼈어요.]
클로이 김은 차세대 최강자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줬습니다.
[클로이 김/ 미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 최가온이 정말 자랑스럽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순간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네요. 오늘 최가온과 경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생애 첫 꿈의 무대에서 투혼의 연기를 펼친 최가온은 화려한 대관식과 함께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하성원, 디자인 : 홍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