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은 윤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의 대다수는 윤어게인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정치 전문가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들도 그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약 52%까지 상승했던 지지율은 계속해서 여러분들이 윤어게인을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줄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중략)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윤어게인 세력을 절연하지 않는다면 장동혁도 없다, 김민수도 없다, 선거에 승리도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윤어게인 세력입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어제 유튜브 토론회 발언)
김민수 "윤어게인으로 선거 이길 수 없어"...윤어게인 주장의 정치적 효과 지적
이 발언을 한 사람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원이라고 한다면, 아마 당권파 아닌 비당권파일 거라고 보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 상식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당권파인 김민수 최고위원이 어제 보수 유튜버 연합 정책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윤어게인 세력의 지지를 받는 대표적 정치인이고 당 안팎에서 윤어게인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런 그가 윤어게인(尹AGAIN), 즉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고 정치적 복권을 요구하는 주장에 거리를 두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간 윤어게인을 주장해 왔지만 당 지지율은 떨어졌고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중론이며,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않으면 자신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없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윤어게인 주장 자체의 정당성 혹은 부당성이 아니라 그 주장의 정치적 효과, 즉 선거나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당권파 지도부의 장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핏 윤어게인 세력에 선을 긋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장동혁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 없다" 의총 발언..당 수석대변인 전언
최근 국민의힘 당권파에서 비슷한 언급이 또 있었습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있었는데, 자신은 "계엄 옹호, 내란 동조, 부정 선거와 같은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이 없다", "외연 확장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을 장동혁 대표가 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친한동훈계 같은 비당권파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내용이었고, 과연 장동혁 대표가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표변(豹變)이라고 할 만한 큰 변화죠. 과연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려는 것인지...
전한길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분리라고 설명 들어"
윤어게인 세력의 중심 인물인 전한길 씨는 '그렇지 않다'는 말을 김민수 최고위원에게 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장동혁 대표의 말이라고 발표한 내용은 장 대표의 말이 아니라 박성훈 대변인의 개인 의견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겁니다. 당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대변인이 언급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질책을 받았다는 말을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전 씨는 윤어게인 세력과 거리 두기에 대해서는,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지방선거를 이기는 게 지상 과제라고 하더라", "다만 그러기 위해서 윤어게인을 전략적으로 당장에는 좀 분리할 수 있다고 (김 최고위원이) 얘기했다"고 하면서, 김 최고위원이 "형님,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전략적으로 접근해 가니까"라며 자신을 설득했다고도 했습니다.
전 씨가 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적'으로 윤어게인 세력과 분리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일 뿐,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전한길 씨의 주장을 배경으로 깔고, 김민수 최고위원의 어제 발언을 다시 보면 전 씨의 주장처럼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국민의힘 당권파의 실제 의중이 정확히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자 당 안팎에서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이준석 "낮말은 절연, 밤말은 기다려 달라"...김종혁 "국민을 개돼지로 아나. 얻다 대고 사기극"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전략상 분리가 아닌 완전한 단절이어야 한다. 위장 이혼이 아닌 영원한 결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앞에서는 절연, 뒤에서는 포옹. 낮말은 절연이요, 밤말은 기다려 달라"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지휘했던 황교안 전 대표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똑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전광훈 집회에 기대고, 태극기 부대의 열기에 혁신을 외면했습니다. 결과는 2020년 총선 참패, 대표 사퇴, 정치적 몰락. 그리고 그 뒤에 무엇이 왔습니까. 전광훈이 황교안에게 "50억 공천 대가"라는 허위 의혹을 터뜨리며 칼을 돌렸습니다. 그들에게 빌려온 지지율은 빚입니다. 반드시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오늘 소셜미디어 글)

한동훈 전 대표에 이어 당에서 제명당한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분노에 찬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울컥 분노가 치솟습니다. '국민을 개돼지로 아나. 얻다 대고 이런 사기극을'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이제 한동훈과 김종혁은 제거했으니 다시 가면을 쓰고 "우리 합리적 보수" 라고 개구리 떼처럼 합창을 시작한 겁니다. (중략) 전한길은 김민수 만나 오해 풀었답니다. 형님, 우리가 개돼지들 상대로 쇼하는 거니까 선거 끝날 때까지만 참아주세요. 김민수가 이렇게 얘기한 겁니까?"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오늘 소셜미디어 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정치적 사기극', '비굴한 양다리'라고 규정하고 "윤석열, 김건희와 절연한 것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어제와 오늘 모호한 태도를 이어갔습니다. 전한길 씨가 '윤어게인과 절연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최후통첩 날린 데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어제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 씨 요구에 입장이 없는 이유'에 관해 "편하게 해석해 주시면 되겠다"고만 했습니다. 윤어게인과 절연 문제는 어제 김민수 최고위원이 말한 것처럼 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적 이슈이고, 유권자들에게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할 사안입니다. 언론이나 국민을 향해 편하게 해석할 달라고 할 성격은 결코 아닙니다.
장동혁, 오늘도 명확한 답변 피해.."필요하면, 당 대표의 언어로 입장 밝히겠다"
그런데도 장 대표는 오늘 문화일보 유튜브에 출연한 자리에서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는 계엄, 탄핵, 절연, 윤어게인, 부정선거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전당대회 이전부터도 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고 하면서, 전한길 씨의 요구에 대해서는 "제가 공식적으로 밝혀온 입장에 변화된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절윤'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이 문제를 자꾸 의제로 올리는 건 분열의 씨앗을 계속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추후) 필요하면, 그런 상황이 도래하면 그것에 맞게 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당 대표의 언어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답변을 뒤로 미룬 셈입니다. 당 대표의 입장이 모호하기 때문에 질문이 계속되는 것인데 오늘도 명확한 답을 피했습니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오면 선거 전략 측면에서라도 답변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그런 상황이 오면, 어제 김민수 최고위원이 한 발언이나 2일 의총에서 장 대표가 했다는 발언의 취지대로 장 대표가 입장을 정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란을 지켜본 유권자 국민들이 보기에, 정리되는 입장이 진정성 있다고 받아들일까요?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헌법적 심판을 받았습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정당하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여러 여론조사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런데도 장 대표는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할지 말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을 원내 제2당의 대표로 만들어준 지지자들을 늘 염두에 두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며 당의 미래는 뒤로 미룬다는 지적을 스스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현재 자신의 스탠스를 '전략적 모호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민들 보기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햄릿과도 같은 우유부단함 그 자체입니다. 선거가 다가와 장 대표가 국민 절대다수의 눈높이에 맞는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제오늘 있었던 일을 본 국민들은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태도라 생각지 않을까요?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입장 정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