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한 백화점 금 전문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중국의 고교 교사 로즈 톈(43) 씨는 설날 연휴를 앞두고 베이징의 주요 귀금속 시장을 찾아 금팔찌, 목걸이, 반지를 둘러봤습니다.
경기와 글로벌 불안정성이 걱정이라는 톈 씨는 수년간 수천 달러(수백만 원)어치의 금을 자신과 친척 몫으로 사 모았습니다.
금값이 크게 출렁였지만, 그는 여전히 시장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은 훌륭한 안전자산"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금·은 매수 광풍의 뒤편에는 톈 씨 같은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 시간) 보도했습니다.
WSJ은 '금·은 광풍 뒤에 있는 중국의 아줌마(Auntie) 투자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귀금속 열풍을 조명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지난주 큰 변동성을 보인 것과 관련해 "중국에서 (시장) 상황이 좀 무질서해졌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세계금협회(WGC) 집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중국 투자자들이 사들인 골드바와 금화는 약 432톤(t)에 달해 전년보다 28%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골드바·금화 구매량 중 3분의 1에 근접하는 규모입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가계는 여유 자금을 맡길만한 곳이 마땅찮습니다.
현지 부동산 시장은 혹독한 침체를 겪는 데다, 주식 시장은 등락이 크고 은행 이자는 낮습니다.
가치 보존 수단으로 금만 한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거래 서비스의 천국인 중국답게 금 ETF(상장지수펀드) 등 귀금속 투자 상품은 위챗이나 알리페이 앱에서 커피 주문하듯 살 수 있습니다.
작년 중국의 금 ETF에는 역대 최대 자금이 유입됐고,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의 금 선물 거래량도 연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현물 금에 대한 인기도 매우 높아 금 시장과 보석상에는 인파가 줄을 서 골드바와 유리 항아리에 담긴 1g짜리 황금 '콩'을 앞다퉈 구매한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중국에서 금·은은 이런 높은 수요에 국제 기준가보다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됩니다.
금·은 가격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와 약(弱)달러 관측 등의 여파로 강세를 거듭했습니다.
달러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헤지(위험분산) 투자처로 주목받은 것입니다.
국제 금값과 은값은 작년 한 해에만 각각 60%와 150% 넘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 뒤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금·은은 가파른 랠리를 멈추고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금 현물은 약 9.0%, 은 현물은 26.4% 급락했습니다.
중국에서도 혼란이 컸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부추 베기'를 당했다는 투자자 성토가 잇따랐습니다.
부추 베기는 잘라도 쉽게 다시 자라는 밭의 부추처럼 개인 투자자의 돈만 쉽게 '수확' 당했다는 뜻으로, 한국의 '개미 학살'과 비슷한 표현입니다.
일부 중국 은행들은 부랴부랴 귀금속 매수에 대한 대출금 한도를 줄였습니다.
베이징의 대형 귀금속 상가인 톈야(天雅) 시장의 한 판매 담당자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가격 급락 뒤에도 골드바 매입이 늘긴 했지만, 고객 사이에서는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허난성에 온 한 30대 관광객은 현재 금값이 너무 올랐다며, 수년 전 산 금을 작년 여름 처분해 차익 실현을 했다고 WSJ에 말했습니다.
그와 주변 지인들이 주목하는 차기 투자처는 은입니다.
그는 "현재 은을 사 모으고 있다. 가격이 하락해도 이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