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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아이돌급 인기'로 압승…보수 넘어 무당파층 흡수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2.09 07:29|수정 : 2026.02.09 09:26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결정한 조기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역사적 압승을 거둔 주된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 열풍이 꼽힙니다.

자민당은 선거 직전 의석수가 전체 465석 중 198석이었으나, 8일 치러진 총선에서 3분의 2인 310석 이상을 확보했습니다.

310석은 개헌안 발의선이자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하원)이 재의결할 수 있는 의석수입니다.

일본에서 한 정당이 중의원에서 단독으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자민당을 제외하면 의석수가 50석을 넘긴 정당도 없습니다.

이로써 중의원 판도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 재집권한 이후 10여 년간 이어진 '자민당 1강 체제'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에서 회파(會派·의원 그룹) 기준으로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 의석수 합계가 절반을 겨우 넘는 233석이어서 정치 기반이 불안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달 23일 중의원(하원)을 전격적으로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내각 지지율이 60% 안팎으로 고공 행진 중일 때 총선을 치러 확고한 여대야소 구도를 만들고, 야당이 차지하고 있던 예산위원장과 헌법심사회장 등을 되찾아와 여당 중심의 국회 운영을 하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중의원 해산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10% 포인트 하락했고, 해산에 관한 여론도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게 나타나는 등 다카이치 정권을 향한 역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기존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다카이치 정권의 보수화를 비판하며 '중도'를 기치로 내건 신당 '중도개혁 연합'을 결성하면서 선거 판세를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민당이 잠시 위기를 맞는 것처럼 보였지만, 난국을 타개한 것은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와 높은 내각 지지율이었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습니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쇄신하는 느낌을 연출해 자민당이 압승했다"며 "종래 보수층뿐만 아니라 무당파층까지 끌어들였다"고 해설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유세 현장에는 마치 아이돌 가수 콘서트처럼 많은 사람이 몰렸고, 다카이치 총리는 명료한 표현으로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을 만들고 국력을 강화하겠다며 표를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자민당이 유튜브 계정에 올린 '다카이치 총재 메시지'는 정치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조회 수 1억 회를 넘겼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자민당과 관련된 글이 작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와 비교해 늘었습니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가 주목받으면서 보수층도 자민당 중심으로 결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익 성향 참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리기는 했지만, 작년 참의원 선거 때와 같은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보수당의 햐쿠타 나오키 대표는 개표 윤곽이 나온 이후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혼전 지역구에서 '다카이치 인기'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 효과를 얻었다고 해설했습니다.

자민당 관계자도 이번 총선에 대해 '완전히 다카이치 총리 인기에 의존하는 선거'라고 밝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 인기 열풍에 자민당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비자금 스캔들'과 정치자금 문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자민당 유착 등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기존 자민당 파벌 영수와는 다른 모습의 정치인"이라며 "여성 총리라는 점, 개혁을 통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일본에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에 힘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낸다"며 "재정 적자가 나도 성장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인기 이유"라고 짚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선거 성격을 사실상 '정권 선택' 선거로 규정한 것도 자민당 압승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는 지난달 19일 중의원 해산 의사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을 걸겠다'며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여도 좋은가를 주권자인 국민이 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총리와 최대 야당 중도개혁 연합의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 중 한 명을 택하는 구도로 점차 굳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주요 정치인의 이미지만 부각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진 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는 여성이고,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잘생긴 50대 남성"이라며 "이에 대항하는 중도개혁 연합의 노다, 사이토 데쓰오 공동대표는 70대 안팎의 남성으로 오래된 느낌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도 "중도개혁 연합은 이름 자체가 너무 낡았다"며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다카이치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설했습니다.

아울러 야당이 지역구 다수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가장 짧은 선거전 기간에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실점을 최소화한 것도 자민당 승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유세를 다니면서 민감한 안보 정책과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소비세 감세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줄이고 경제 정책을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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