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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아동 연쇄 성범죄자' 김근식, 출소 하루 전 여죄 찾아 재수감…하지만 내년에 나온다

입력 : 2026.02.06 15:47|수정 : 2026.02.06 15:47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5일 방송된 '16년의 미제, 20일의 추적–김근식 검거 작전'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세븐틴 멤버 조슈아, 배우 장영남, 개그우먼 신봉선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연쇄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때는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이야. 당시 8년 차 검사였던 39살 안상현 씨는 주말을 맞아 모처럼 깊은 단잠에 빠져 있어. 그런데 아직 이른 아침인데, 전화 벨소리가 계속 울려. 동료 검사의 전화인데, 당장 부장검사님께 연락하래. 잠결에 휴대폰을 열어 확인해 본 안 검사는 깜짝 놀랐어. 아침 7시부터 부재중 전화 수십 통이 찍혀있는 거야. 발신자는 부장 검사였어. 무슨 일이길래, 아침부터 애타게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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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님에게서 오전 7시 무렵부터 계속 부재중 통화가 와 있는 겁니다. 그래가지고 뭐 때문에 이렇게 토요일 아침에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전화를 하셨느냐고 물어보니까 '일단 사무실로 와라. 토요일, 일요일 이틀 안에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
-안상현 검사, 현직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안 검사의 당시 근무지는,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이야. 부랴부랴 출근했더니, 어제 막 배당된 사건이 있는데, 오늘 바로 영장을 청구해야 한대. 영장을 집행해야 할 대상자가 좀 특별한 사람이었거든. 피의자는 현재 교도소에 16년째 수감 중인 수용자야. 그의 정체는, 16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범죄 사건의 범인이야. 기존의 범죄 행각이 무려 12건이나 있는데,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난 거지. 근데 이 수용자, 출소가 바로 이틀 뒤였거든. 그러니까 오늘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내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해야만, 이 수용자의 출소를 막을 수 있는 거지.

12건의 사건 모두, 동일한 패턴이었거든. 당시 범인의 범행 수법을 일부분만 알려줄게. 미리 얘기하지만, 좀 많이 불편할 수도 있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거니, 양해해 주길 바라.

범인은 무거운 짐을 핑계로 피해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차 안에 있는 짐을 같이 좀 꺼내서 옮겨 달래. 그렇게 차 문 가까이 오면, 차에 강제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아. 그리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흉기로 협박한 뒤,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내리치기 시작해. 그리고 양손을 묶고, 수건이나 이불 등으로 얼굴을 가린 뒤, 차를 운전하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거야. 이동 시간이 길지도 않아. 기껏 해봐야 5분에서 10분 남짓. 범행 장소는 인적이 드문 공터나 야산 인근. 범인은 납치, 협박, 폭행에 이어, 성범죄까지 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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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건의 사건 모두 이런 식으로 저질렀다고 그래. 범인은 꼭 하얀 승합차를 타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그래. 일명 '공포의 하얀 차'. 그리고 여기서 더 충격적인 사실들이 있어. 사건 일지를 보여줄게.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부러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했다는 걸 참고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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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대상을 보면 전부 미성년자, 학생들이야. 그리고 범행 장소는 주로 학교 앞에서 발생했어. 혼자 등교하거나 귀가하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선생님, 양호 선생님의 지인, 교회 방문자 등 행세를 하며 어린 학생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도움을 주도록 유도한 거야. 2006년 당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괴담이 떠돌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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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개 수배 전단을 볼게. 용의자는, 170cm가 안 되는 키에 호리호리하게 째진 눈, 어깨와 가슴에 용 문신이 있는 남성이야. 범인의 사진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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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근식. 당시 나이 38살. 그는 왜 하필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연쇄 성범죄를 저지른 걸까? 그 이유가 판결문에 담겨 있어.

"성인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 발기가 잘 되지 아니하거나 조루 증상 등으로 상대방 여성으로부터 핀잔을 듣고 창피함을 느낀 나머지 정상적으로 성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되자, 어린 여성들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여도 창피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판결문 내용 中

김근식은 성인 여성과의 성관계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끼고, 범행 대상을 어린아이들로 삼은 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지. 근데 김근식이 아까 몇 건의 범행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댔지? 12건. 그런데 놀라운 건, 이번이 첫 번째 수감이 아니라는 거야. 5년 전인 2000년에도 '강간치상' 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전적이 있었거든. 그리고, 김근식은 출소한 지 불과 16일 만에,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범행을 이어갔어. 2006년 5월부터 9월까지 연쇄적으로 12건의 범행을 저질렀고, 그렇게 징역 16년을 선고받았어.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0년 말, 이 무렵엔 특히 성범죄자들에 대한 뉴스로 여론이 들끓었어. 입에도 담지 못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앞두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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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2일 출소한 조두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박병화 등. 김근식도 역시 이 시기에 출소 예정이었어. 각 언론사는 물론, 유튜브, 맘카페까지 그야말로 난리가 났지. 항간에는 조두순보다 더한 범죄자가 나온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대.

이때, 평소처럼 휴대폰을 하고 있던 20대 여성 강 모 씨는 SNS에 올라온 김근식의 영상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대. 오래전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거든.

"내가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던 게 바로 김근식이구나!"

강 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장을 접수했어. 2020년 12월 강 씨가 경찰에 신고한 인천 사건은 7개월 뒤인 2021년 7월 검찰에 송치가 됐어. 이제 수사를 통해 김근식의 여죄만 밝혀내면 되는 거야. 하지만 수사는 뜻밖에도 난항에 부딪혔어. 검찰에 송치된 게 2021년이야. 그 무렵 우리나라뿐만 아닌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때문이야.

교도소를 일명 '3밀'이라고 하거든. 밀접, 밀집, 밀폐. 만약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생겼다? 그럼 바로 집단 이감 사태가 벌어지는 거지. 근데 수용자가 이감이 되면, 그 수용자의 사건 역시 해당 지역의 검찰청으로 이송돼. 이게 무슨 말이냐. 수사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하는데, 담당 청이 계속 바뀐다는 거지. 김근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어. 코로나 시국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해남→포항→서울→ 다시 해남 등, 여러 교도소를 끊임없이 전전했대. 그리고 김근식의 사건이 출소일을 코 앞에 두고 안양지청으로 오게 된 거야. 그럼 다시 2022년 10월 15일, 안양지청 형사 2부로 가볼게.

▲ 김근식의 출소를 막아라

"김근식은 월요일에 출소하기로 예정되어 있는데 금요일 오후 4시에 사건이 왔어요. 국민들이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부담감이 너무 컸었고요.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입증하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기록을 검토하게 됐는데…"
-안상현 검사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영장 청구는 굉장히 신중해야 하잖아. 혹시라도 죄가 없는 사람이 누명을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안 검사가 피해자 강 씨의 진술을 보는데, 경악을 금치 못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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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모 아파트 앞에서 40대의 키는 한 170cm 정도 되는 마른 체구를 가진 남자가 도와달라고 접근을 했다고 합니다."
-안상현 검사

당시 김근식의 나이는 38살, 키도 170이 조금 안 된다고 했잖아. 거기다가 어린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기까진 김근식 수법과 유사하지?

"그 아저씨가 여자아이를 들어보면서 '너는 몇 kg쯤 나가겠구나' 이런 식으로 물어보고 이제 성적인 거를 요구를 했는데, 피해자가 거절을 하니까 '칼이 있다. 칼로 너를 어떻게 해버릴 수 있다' 협박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안상현 검사

칼로 협박하는 것도 같지? 그럼 김근식의 시그니처 '하얀 차'. 과연 하얀 차도 맞을까?

"그 아저씨가 흰색 승합차에 타서 '나를 좀 도와달라' 이렇게 처음에 말을 했었다고 진술을 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도 좀 고려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안상현 검사

강 씨가 말 범인, 김근식인 것 같아? 게다가, 한 가지 더 소름 돋는 사실은 김근식의 과거 주민등록을 살펴보니, 이 아파트에서 살았던 기록이 있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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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이 15년 전 사건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부분 구체적인 것이 있고 여러 번 조사를 받았는데도 핵심적인 부분은 거의 일치하거든요. 그걸 토대로 김근식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네 김근식의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려면 적어도 일요일에 법원에서 피의자 신문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저희가 토요일에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야 하거든요."
-안상현 검사

이날은 토요일. 김근식의 출소는 이틀 뒤인 월요일. 만약 이 영장 청구서를 오후 6시 안에 제출하지 않으면, 이틀 뒤로 영장실질심사가 넘어가버려. 안 검사는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오후 6시까지 영장 청구서를 제출했어. 그리고 다음날,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됐어. 당시 안양지청 형사2부 부부장 검사였던 이동근 검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김근식을 처음 마주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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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서 좀 다부진 체격이고 좀 운동을 좀 하신 것 같더라고요. 약간 전체적으로 근육이 좀 있는 단단한 그런 모습이었고. 오히려 그런 모습이다 보니까 아, 이분이 만약에 출소하면 또 재범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도 들 만큼 좀 건강한 그런 체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가 딱 출소 하루 전에 피의자 심문을 받는 자리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그런 시점에도 불구하고 전혀 흥분하거나 막 강력하게 이의 제기하고 이러지는 않았고요. 자기가 미리 이렇게 메모를 써 왔더라고요. 그걸 읽으면서 '이 범행은 내 범행이 아닌 것 같다'라는 정도로 이렇게 약간 부인하는 그런 태도를 보였었거든요."
-이동근 부장검사,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당시 안양지청 근무

교도소에 있는 수용자들의 출소 시간, 언제인 줄 알아?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아침에 나오잖아. 실제로는 그날 자정을 기점으로 형 집행이 종료가 돼. 늦은 밤 출소를 하게 되면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날이 밝은 뒤에 출소를 시키는 거야. 하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 형 집행 종료 시점인 0시에 나갈 수가 있대. 그러니까 원칙상으로는 9시간만 지나면, 김근식의 출소를 막을 길이 없는 거지. 이대로 내보내면, 또 어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지 몰라.

이제 남은 건 법원의 판단. 하지만 누군가를 구속시키는 일이잖아. 법원은 신중했어.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하던 중, 눈에 띌 만한 김근식의 과거 행적을 발견했지. 사실 김근식은 2006년 범행 당시, 경찰이 자기를 쫓는다는 걸 알고 몇 차례나 도주를 시도한 적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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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2번째 사건이 발생한 날짜가 9월 11일. 그 전은 8월 10일이야. 다른 사건들과 다르게 이 두 사건 사이의 기간이 유독 길어. 그 사이 김근식은 뭘 했냐? 11차 범행 후 일주일 뒤쯤인 8월 18일, 서해에 한 섬으로 들어가 꽃게잡이 배를 탔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지. 하지만 며칠 일하다 말더니, 섬에서 나와. 그리고 난 뒤 그의 행방은 묘연해졌어.

그의 행방이 다시 포착된 건, 한참 뒤인 9월 9일. 김근식의 행적이 다시 포착됐어. 어느 장소의 CCTV에서 발견됐는데,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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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야. 경찰의 수배망에 오른 용의자가 어떻게 해외에 나갈 수 있었을까. 김근식은 동생의 여권을 가지고 신분을 사칭해 필리핀으로 도주를 했던 거야. 필리핀으로 가서는 한국인 범죄 조직에게 '몸을 좀 숨겨달라'고 은신처 제공을 요청했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

"뭐? 아동 성범죄? 에잇 더러운 자식. 너 같은 인간 말종은 못 받아줘, 아니 안 받아줘! 썩 꺼져!"

해외 조직들마저 아동 성범죄자는 받아 주지 않은 거야. 어쨌든 동생 여권으로 속여 해외 출국까지 감행했던 김근식. 도주의 우려가 충분히 있는 상황인 거잖아. 구속 영장은 발부가 됐어. 구속영장이 발부된 시간은 형 집행 종료를 6시간 앞둔, 오후 6시. 출소를 딱 하루, 아니 단 6시간을 앞두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게 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거지.

이제 남은 건, 아까 신고한 인천 사건의 가해자가 김근식이라는 걸 밝혀내야 해. 근데 검사들의 발목을 붙잡는, 아주 큰 골칫거리가 있었어. 피해자의 진술 말곤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했던 거야.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는 은밀한 곳에서 가해자 피해자 사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CCTV가 있을 가능성도 크지 않고…"
-안상현 검사

게다가, 피해를 당한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데다 당시 피해자는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기억의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거지.

"고소인이 처음 진술할 때 어떤 진술을 했냐 하면, 그 당시에 자기 엄마가, 모친이 경찰에 신고했다라는 진술이 있었습니다. (김근식이) 고소된 이후에 그 고소인의 어머니를 조사했는데, 그런데 어머니는 또 자기가 신고한 적이 없다는 거예요. 결국은 증거라는 게 고소인 진술밖에 안 남아 있는 상황이니까 이야… 이게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그런 사건이 되어 버렸던 거죠."
-이동근 검사

게다가, 수사를 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생각보다 짧아. 원칙상 열흘이야. 거기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딱 한 번 열흘을 더 연장할 수 있어. 남은 시간은 단 20일. 만약 이 안에 김근식의 범행을 못 밝힌다면, 다시 출소하게 돼.

▲ 마지막 승부수 '전수조사'

그래서 당시 지청장인 김성훈 검사는 고심 끝에 아주 파격적인 결정을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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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밤새 고민을 해 봤는데, 그 당시에는 제 짧은 생각에 범행 수법이 너무 특이하니까. 모든 범죄를 다 분석을 해 보면 이 사람만의 독특한 범죄라는 걸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근거가 없는 발상인데. 판결문 전부, 아동 대상으로 저지른 그런 미제 사건 관련된 의견서 전부. 그거를 수도권 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해가지고 전부 조사를 해라… 그 조사를 그 짧은 구속 기간에 해내라고 지시를 제가 했습니다.."
-김성훈 전 지검장, 당시 안양지청장

밑도 끝도 없이 성범죄 관련 미제사건 자료들을 싹 다 뒤지라는 거야.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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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입니다. 이렇게 미제 사건을 전부 다 뒤져서 하는 전수조사는 사실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죠. 가늠이 안 되는 일이긴 한데, 그 외에 다른 방법들이 없다 보니까, 자그마한 어떤 단서를 발견하더라도 이건 꼭 필요하다, 이런 것 때문에 전수 조사를 결정했던 겁니다."
-이동근, 19년 차 검사

형사 2부 검사들은, 우선 김근식의 범행 동선을 파악했어. 그리고 인천, 파주, 고양 등에 있는 경찰서 7곳에 이렇게 연락했어. 그리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발생한 성폭력 미제 사건 기록을 전부 다 열람하고 싶으니 협조해 달라 부탁했어.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엄연히 다른 기관이잖아. 외부인이 다짜고짜 찾아와서, 미제로 남겨진 사건들을, 그것도 전부 탈탈 털어서 보겠다는데, 쉽게 허락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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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중요한 사건이고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지니까,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서 각 경찰서에 미제 창고를 전부 저희가 들어가서 수사관들이 다 일일이 창고에 있는 미제 (파일)철을 뒤지게 됐습니다."
-김성훈, 당시 안양지청장

다행히 경찰은 협조적이었어. 하지만 거기서 또 한 번 또 난관에 부딪혔어. 강 씨가 신고한 인천 사건, 시기가 2006년이야. 근데 2006년 이전까지는 사건 파일들이 전산화되어있지 않아서, 켜켜이 먼지 쌓인 파일철들을 죄다 뒤져봐야 하는 상황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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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정도 지난 기록이잖아요. 그러면 종이가 누래져 있고, 그 종이를 넘기면 약간 가루가 날리는 것 같은 느낌도 나고. 뭔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기록을 봐야 될 것 같은, 이 기록을 보면 약간 내가 호흡기가 나빠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기록 상태가 좋지가 않거든요."
-안상현 검사

형사2부 사람들은 그렇게 몇 날 며칠, 밤을 꼬박 새워가며 열심히 사건 기록을 뒤졌어. 하지만 마땅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어. 그 와중에 김근식은 "나를 다시 가둔 건 부당하다"며 구속적부심까지 신청했어. 야속하게도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구속 수사 기한인 열흘을 넘기고, 추가로 열흘 더 연장까지 했어.

그럼,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긴 해. 가평 계곡 살인사건 이은해의 경우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정황 증거들로만 유죄 판결이 났어. '꼬꼬무'에서도 방송했던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역시, 촘촘한 간접 증거들로 그 죄를 입증했지. 그래서 검사들은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모색했어.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믿을 건 딱 하나, 피해자의 기억뿐이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피해자 진술 분석을 의뢰한 거야.

피해자의 진술과 기존의 수사 기록을 비교 대조해서, 피해자의 기억이 얼마나 정확한지 분석하는 거야. 기억 속 날씨, 범인의 말투, 냄새, 행동 등 과학적으로 추적 분석해서 진술의 신빙성과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직 범인과 피해자만 알고 있을 '비밀의 열쇠'를 찾아낸다면, 수사는 단번에 급물살을 타게 될 수도 있는 거지.

▲ 비밀의 열쇠

구속 수사 13일째인, 10월 28일. 이제 수사 기한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어. 김성훈 지청장은 많이 초조한 듯, 자리에 앉아 있질 못 하고, 사무실을 하릴없이 오가고 있어. 그때, 애타게 기다리던 부장검사가 왔어.

"인천 사건 피해자의 사건 당시 신고서를 확보했습니다."

서둘러 신고서를 확인한 김성훈 지청장 표정이 영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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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피해자분 신고서가 발견됐다고 부장검사가 제 방에 왔을 때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석방할까요?' 라고 묻는 순간에, 그때는 수사팀과 저도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저는 있는 그대로 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내 마음을 믿어줄까. 생사람 잡았다라고 욕하진 않을까. 그런데 저는 진짜 피해자분이 너무 신빙성 있게 진술하셨고 그래서 저는 그때도 확신을 했었거든요. 그걸 보면서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이렇게 부정확할 수도 있고 인식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김성훈, 당시 안양지청장

전수 조사를 하던 중, 피해자의 아버지가 당시 신고한 신고서를 확인해 보니, 신고한 시기가 강 씨가 진술했던 2006년이 아닌, 2004년이었던 거야. 2004년이면, 김근식이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거든. 그러니까, 김근식의 알리바이가 그 무엇보다 확실한 거야. 신고자 강 씨가 너무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기억에 혼동이 왔던 거야.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김근식이 그대로 출소할 수도 있는 상황이야. 20일의 수사 기한 마지막 날인, 11월 4일. 근데 김근식은 다시 구속 기소가 됐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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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여죄를 수사하던 검찰이 김 씨가 주로 범행한 7개 지역 경찰서 미제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범행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김성훈 지청장이 신고서의 날짜가 달라서 절망에 빠져 있던 바로 그 순간, 경기도 한 경찰서의 미제 창고에서 먼지가 수북이 쌓인 오래된 파일들을 살펴보던 도중, 한 수사관이 깜짝 놀라. 그러면서 "어? 이거 김근식 DNA 같은데?"라고 말해.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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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쪽에 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생을 야산으로 유인해서 거기서 강제 추행을 한 그런 내용의 사건입니다. 다행히 그 당시에 피해자 바지에서 범인의 DNA가 발견돼 있었고요. 그 범인의 DNA를 감정한 감정 결과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그 감정 결과가 뭐냐 하면 DNA가 있으면 DNA 감정 표지 번호가 있지 않습니까? 여러 개 번호가 이렇게 기재가 되어 있는데요. 그것까지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이동근 검사

수사관이 발견한 건 DNA의 프로파일 넘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가 담긴 데이터 값이야. 예를 들면, DNA를 분석한 숫자코드가 'D3S1358....' 이런 식으로 되어 있고 엄청 길어. 근데 수사관이 발견한 프로파일 넘버가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던 거지. 이 수사관은 김근식의 DNA 프로파일 넘버를 하도 많이 봐서 달달 외울 정도였거든. 이제 이게 김근식의 DNA 넘버와 정말 일치하는지 최종 확인만 하면 돼.

파주 경찰서에서 찾은 미제 사건의 프로파일 넘버와 김근식의 DNA 넘버를 대조했어. 결과는 DNA 일치. 두 개의 DNA 프로파일 넘버가 일치할 확률은 무려 55억 분의 1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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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거의 비슷한 시점에 무혐의 증거와 유죄의 증거가 한꺼번에 발견이 됐습니다. 하늘이 돕거나 운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성훈, 당시 안양지청장

"사필귀정이라 할까요? 다른 사건 때문에 김근식이 구속이 되기는 했지만, 그 구속 때문에 결국 여죄가 밝혀지는구나."
-이동근 부장검사, 당시 안양지청 소속

근데 미제 창고에서 발견한 과거의 사건, 왜 사건 발생 당시에 김근식의 범행으로 밝혀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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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에 '이 사람이 엄태희입니다'라고 적혀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현장에 남아 있는 DNA는 반드시 대조 시료, 그러니까 대조할 수 있는 DNA가 필요한데요. 당시에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이 되지 않아서 확인이 그 당시에 안 됐었던 것 같고요. 우리나라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쯤에 연쇄 살인이라든지 연쇄 성폭행 같은 강력 범죄가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재범을 빨리 검거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재범 검거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대두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논의되어서 DNA법이 2010년 7월에 제정이 되었습니다. 범죄 가해자들의 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구축을 해서 범죄 수사에 이용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엄태희 연구사, 대검찰청 DNA 화학분석과

DNA법은 살인, 방화, 성폭력 등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범의 DNA 정보를 채취, 보관해서 향후 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야. 실제로 DNA법 시행 이후에, 오래된 미제사건들이 많이 해결됐어. 2000년대 초중반까지 기승을 부렸던 연쇄 범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 게다가 범죄자들에겐 '내 DNA가 국가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해서, 재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어.

요즘 DNA 기술이 어마어마하게 발달한 거 알아? 막간을 이용해, DNA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사실 몇 가지를 알려줄게. DNA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세포 속 아주 작은 화학 분자야. 우리 몸 어디에서 DNA가 검출되는지 알아? 머리카락, 혈흔, 침 등이야. 살짝 만지기만 해도, DNA가 검출된대. DNA에 관련한 퀴즈를 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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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범인이 장갑을 끼고 범행 현장을 간다면, DNA 검출될까? 검출 가능하대. 범행 중 긴장해서 흘린 식은땀 한 방울이나, '에취!' 기침만 해도 DNA는 검출 돼. 게다가 범인이 장갑을 어딘가에 버리고 도망갔다면? 100% 나온대. 그럼 범행 도구를 휴지로 빡빡 닦아서 버린다면, DNA가 지워질까? 정답은, 지워지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얼룩은 지워졌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칼자루의 미세한 흠집이나 손잡이의 표면 사이에 낀 피부 세포는 아무리 닦아내도 그대로 남아 있어. 세포가 남아있다면, DNA 검출 역시 가능하대. 그럼 마지막 질문, 30년 전 범행에 증거라곤 아주 미세하게 피가 묻은 천 조각 하나뿐이라면, 범행 입증 가능할까? 당연히 입증이 가능해. DNA는 조건만 맞으면 100년도 넘게 남아 있대.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한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의 여죄도 아주 오래된 DNA의 검출로 밝혀냈지.

엄태희 연구사가 했던 DNA 검출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 판결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대. 우리도 아주 잘 아는 사건인데, 뭔지 한 번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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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대표적인 건 최근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요. 처음에는 폭행 치사로 기소가 됐다가, 2심 공판 중에 성범죄의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피해자의 의류가 저희한테 의뢰가 됐었어요. 그래서 피해자 의류를 정밀 감정을 하니까 피고인의 DNA가 피해자의 바지에서 검출이 되었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이 바지를 벗기려 한 정황이 설명이 된다라고 해서 공판 중에 사건 죄명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여서 상당히 이슈가 됐었죠. 결국에는 DNA 이용해서 검거되고 싶지 않으면, 착하게 살아라, 범죄 저지르지 말아라, 이런 얘기가 되겠네요."
-엄태희 연구사

▲ 김근식의 수감생활

다시 김근식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제 여죄가 명백히 드러난 상황이야. 형사 2부 검사들은 곧장 김근식을 찾아갔어. 그리고 파주 사건에 대해 심문하기 시작했지. 김근식의 반응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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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한테 추궁을 하니까, 앞에 피해자가 고소한 범죄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더니 이 추가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 물증이 객관적으로 확보됐다는 이야기하지 않고 '이거 네가 저지른 거 아니냐'고 추궁하니까 놀랍게도 맞다고 바로 인정을 했습니다. '이건 내가 한 거 맞다. 나는 한 거, 안 한 거 분명히 기억하고 난 맞는 건 인정한다' 다른 범죄에서도 느낀 거고 이 사건에서 느낀 건데, 범죄자가 자기 범행을 다 기억을 하더라고요."
-김성훈, 당시 안양지청장

게다가 사건 당시 상황을 아주 정확히 설명하더래. 아무튼, 정말 영화같이, 극적인 타이밍에 발견된 DNA로 김근식의 오래 숨겨졌던 여죄가 드러났어. 검사들은 인천 사건의 구속영장을 취소했어. 그리고 곧장 DNA 증거가 발견된 파주 사건으로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어. 김근식은 출소를 코앞에 두고 두 번이나 재구속된 거야. 이건 베테랑 검사들도 처음 보는 초유의 사태였대.

검찰은 김근식을 3가지 혐의로 구속기소 했어. 성폭력 외에도 공무집행방해와 상습폭행 건이 더해졌어. 16년 동안 교도소에서 지낸 김근식이, 상습폭행과 공무집행방해 죄라니. 교도소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근식이 2006년 12건의 성범죄로 구속되기 전에 2000년에도 한 번 수감됐다고 했잖아. 혹시 받은 형량은 5년이었어. 형량대로라면 2005년 출소야. 근데, 김근식은 출소 직후인 2006년에 범행을 저질렀잖아. 2005년에 나와야 할 수용자가 어째서 2006년에 나오게 된 걸까? 김근식과 교도소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에게 직접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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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수용자는 동료 수용자들하고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마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주장이 항상 강했습니다."
-A교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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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여러 명을 관리하다 보니까 24시간 항상 옆에 있을 수 없잖아요. 그러면 안 보이는 곳에서 때리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B교도관

"제가 아마 19년도쯤 대전교도소에 있었을 거예요. 우리말로 말하면 (김근식은) 유명인사였어요. 교도소 안에서 하는 말인데 요시찰이라고 해요. 완전 문제수라는 거죠. 전국 교도소 어디를 가든 그 사람은 요시찰 노란 명찰 차고…"
-김근식 수감 당시 동료 수용자

김근식은 동료 수감자들과의 잦은 다툼으로 형기가 1년이 추가 됐어. 그래서 2005년이 아닌, 2006년에 출소했던 거지. 이러한 전적 때문에, 형사 2부 검사들은 전수조사 과정에서 김근식의 수감 기록도 조사했대.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추가 기소할 만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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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제가 수용동 담당 직원이었습니다. 수용자에게 각 1인당 지급되는 모포, 얇은 이불을 추가로 더 지급해 달라고 요청을 계속 저한테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때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 그 사람이 흥분을 하고 저한테 폭언을 하게 되었고요. '이제 나가면 가만 안 둔다', '죽여버리겠다' 그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인신 협박 수준이었거든요. 그러다가 폭행 등 이런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저희가 김근식의 팔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이 사람이 손을 뿌리치고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A교도관

게다가 김근식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인물이었다고 해.

"그때 당시 저를 좀 젊게 봐서, 나이 어린 교도관이 자기한테 이렇게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을 하고 저에게 욕도 하고 반말도 하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저한테 몸으로 밀치고 욕설이나 이런 것도 스스럼없이 하고. 김근식 수용자 성향이 원래 그렇습니다. 폭력적인 성향도 강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자기 아래로 두려고 하는 그런 성향이 있다 보니까. 김근식 수용자가 제가 기억하기로는 교도소 생활한 지 20년이 넘었거든요. 교도소 생활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저희들 같이 신규 교도관들보다 더 지식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깔보는 듯한 이런 태도도 아주 심했고요."
-B교도관

김근식은 수용자들은 물론, 교도관들에게조차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에겐 무자비하게 폭력적이었대. 김근식은 10대 때부터 이미 폭행 등의 전과로 실형을 살기 시작했다고 해. 2000년 수감 이전에 교도소를 이미 3번이나 다녀왔어. 김근식의 전과, 징역형과 벌금형을 모두 합치면 무려 24범이야.

▲ 법원의 판단

김근식의 구속기소 한 달 뒤인, 12월 2일. 성폭력, 상습 폭행, 공무 집행 방해, 3가지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어. 김근식은 재판 내내 변명 일색이었다고 해. "성추행은 저질렀지만, 칼로 위협은 하지 않았다", "교도관과 부딪힌 것은 사실이나, 공무 집행을 방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 "다른 수용자를 진짜로 때리거나 위협을 가한 게 아니라, 때리는 시늉, 침을 뱉는 시늉만 한 거다" 이렇게 주장한 거지. 검찰은 성폭력 건에 대해서 10년, 상습 폭행과 공무 집행 방해 건에 대해서는 2년, 도합 12년을 구형했어.

게다가 검찰이 성 충동 약물치료, 즉 화학적 거세를 요구하자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 약물치료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대. 그럼 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판결문에 명시된 법원의 판단이야.

"형 집행 종료 이후, 신체에 영구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약물의 투여를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상당 기간 실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판결문 中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약물을 투약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적 자유와 자기 결정권에 대한 침해라는 게, 법원의 판단 요지였어. 그리고 법원은 성폭력 건에 대해 2년, 상습폭행과 공무집행방해 1년, 총 징역 3년을 선고했어.

검찰은 즉시 항소장을 제출했어. 살인이나, 특수강도, 인신매매, 성범죄 같은 특정강력범죄에 대해서는, 형 집행 종료 후 3년 이내에 동일 범죄를 저지르면 형량을 가중한다는 조항이 있거든. 거기다 1심에서 기각됐던 성 충동 약물치료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어. 그런데 다음날 김근식도 억울하다면서 항소장을 제출했어. "16년이나 지난 사건을 이제서야 공소 제기하는 것은 검사들의 공소권 남용이다", "동료 수용자 폭행 역시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당방위다"라고 주장했어.

2심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우선, 성 충동 약물치료에 대해선 이번에도 기각됐어. 그리고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기존의 2년보다 2년이 추가된 4년. 상습 폭행과 공무 집행 방해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1년이 유지되며, 총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어.

검사들이 김근식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게, 2022년 10월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재판에서 최종 5년 형을 선고받았지? 그럼 출소가 언제겠어? 2027년. 바로 내년이야. 13건의 연쇄 미성년자 성폭행을 저지른 최악의 성범죄자 김근식이 내년에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되는 거야.

▲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성범죄자들

김근식의 재구속 수사 당시, 형사 2부 검사들이 전수조사를 했다고 했잖아. 대검찰청은 범인의 DNA가 확보된 모든 성폭력 미제사건에 대해, 대검과 국과수의 데이터베이스로 대조·확인하는 작업을 실시했어. 이 과정에서 무려 10건의 미제 사건이 해결됐어.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어. 범인으로 밝혀진 10명 중 무려 7명이 이미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고 해. 게다가, 그중 2명은 김근식처럼 곧 출소 예정인 수용자였어. 만약 이때 여죄를 밝혀내지 못했다면, 그대로 출소해 어쩌면 지금 우리 곁 어딘가에서 본색을 숨긴 채 살아갈 수도 있었던 거야.

이런 사람들, 과연 교화가 될까? 현재 우리나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성범죄자는 약 10,000명이래. 그리고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매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 바로 교도관들. 교도관들은 이런 범죄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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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재범을 예방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도 시민으로 돌아오잖아요 국민으로. 우리 이웃에 살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그럼 어떻게 해요? 아무런 교육도 안 하고 그냥 명령 복종하고 엄중하게 그냥 방에만 있다 나가는 게 맞을까요? 고쳐 쓰도록 뭔가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시도해 봐야죠. 이 사람들이 아무것도 교육도 안 받고 그냥 우리의 국민으로 되돌아오기엔 너무 위험하다."
-전병미 교감, 35년차 교도관, 상담학 석사

그럼 교도소 수용자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수용자들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운동장에서 운동도 하고, 수용실에서 밥도 먹고, 의료과에서 진료도 받고 하는데. 그중엔 상담 시간도 있다고 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 교도관들과 함께 자신의 죄에 대해서 이야기 한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피해자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다시는 범죄를 안 저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교도관들과 함께 심층 분석을 하는 거야. 교도관 중엔 살인, 마약, 강도, 그리고 성범죄 같은 강력 범죄자들만 전담해서 상담하는 직원들이 있어. 범죄심리나 상담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까지 있는 전문가들을 특채로 채용하는 거야. 교도소 안에서 프로파일러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 강력범들과 직접 대면하다 보면, 정말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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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났던 수용자는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하는 것과 관련된 죄명이었어요. 제가 사실은 그 수용자가 기억에 남는 게 그 수용자가 저한테 애처롭게 진짜로 눈물을 흘리면서, 주임님 저 좀 살려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저 좀 살려주세요, 자기는 정말 안 하고 싶다, 그런 행동들도 안 하고 싶다, 그런데 진짜로 안 된다… 자기 주사 맞아도 되고 다 해도 좋으니까, 제발 고쳐만 달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나요."
-정여경 교감, 심리학 박사 수료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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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40대 초반 그 정도 됐을까? 그 정도 되는 남성이었는데. 교육 중에 아무 말도 안 하고 상담 때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입을 꼭 닫고 있는 거예요. 표정도 없어요. 저희 이제 교육 중에 본인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본인 감정을 표현하는 그런 회기들이 있어요. 왜냐하면 자기감정을 알아야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도 알 수가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진행을 하는데 어느 날, 이 수용자가 되게 큰 피해를 준 상대 피해자 여성을 얘기하는 건데, 자기는 그때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여자분이 진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그게 느껴진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거는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여경 교감, 심리학 박사 수료

교도관들이 이런 일까지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교도소를 다른 말로 '교정 시설'이라고 하잖아. '교정'은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뜻이야. 형 집행 종료 전까진, 수용자들의 관리 감독은 교도관의 책임인 거잖아. 그 소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거지. 출소 후에 사회에 나온 범죄자들은,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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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제가 생각을 해 본다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좋은 관계를 못 맺어 본 특성이 있다라고 해야 될까. 실제로 그런 오해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상처를 받았다고 해가지고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교정 시설이라는 곳이 어떻게 보면 이분들이 가게 되는 거의 막다른 곳이잖아요. 안 좋은 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힘을 줄 수 있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정여경 교감, 심리학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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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을, 입을 열어서, 그들이 어떻게 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원인을 찾아서 다시 재발하지 않아야 그 사람들도 시민으로 돌아오잖아요. 국민으로. 솔직히 말하면 이런 얘기 했어요. 나도 안 하고 싶을 때 있어. 그런데 이 일 해야 되잖아. 우리가 같이 해서 이 한 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공무원이 그런 거 아니에요?"
-전병미 교감, 상담학 석사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검사들과 수용자의 작은 변화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도관들. '꼬꼬무'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이분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냐' 물었어.
꼬꼬무 찐리뷰
"DNA 관리가 더 체계화되고 고도화되어서,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걸린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범죄자의 재범률은 확실히 줄어들 겁니다. 그다음에 범죄자의 원만한 사회 복귀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더 안착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김성훈 전 지검장
꼬꼬무 찐리뷰
"요즘은 피해자 국선 제도가 너무나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그런 것 때문에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최대한 신속하게 신고나 국가기관 요청을 하는 게 필요하다. 그럴 때 그 사건들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다."
-이동근 부장검사,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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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근식 사건을 조사하면서, 아이들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 사건이 2006년 사건이기 때문에 19년이 지났어요. 제가 바라는 거는 부디 이제 이 사건 기억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그분들의 행복을 훼방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반짝이고 빛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안상현 검사,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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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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