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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억 가로챈 72명 붙잡았지만…피해 회복은 산 넘어 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2.03 07:49|수정 : 2026.02.03 07:49


▲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범행에 가담했다가 국내로 강제 송환 후 압송된 한국인 피의자들이 23일 오후 부산 동래경찰서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거액을 뜯어낸 사기 조직원들이 대거 강제 송환됐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범죄 조직의 하부 조직원들이 대부분인 데다, 수익금을 이미 탕진하거나 교묘히 숨겨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어려운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3일)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에서 연애빙자 사기(로맨스스캠)를 벌이던 부부 사기단 등 강제 송환된 피의자 73명 중 72명은 지난달 말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들은 한국인 869명에게서 약 48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70명은 로맨스스캠이나 투자 리딩방 운영 등 사기 범죄 혐의를, 3명은 인질강도와 도박 등의 혐의입니다.

경찰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하는 등 수익 환수에 나섰으나 피해액 전액을 찾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송환된 이들 대다수가 조직의 말단인 데다 검거 당시 수중에 남은 재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수익 환수는 피의자들에게 재산이 있어야 할 수 있는데, (남은) 돈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며 "피해 회복이 힘들어 예방이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사기뿐만 아니라 일반적 사기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유흥·도박·명품 등에 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금 회복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조직원들이 급여를 가상자산으로 받은 뒤 자금 세탁 수법인 '믹싱' 거쳐 은닉할 경우 추적은 더욱 난항을 겪습니다.

이러한 '회복 없는 처벌'의 한계는 앞서 송환된 태국 기반 조직 '룽거컴퍼니'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당시 피해자 206명에게 61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직원 A(24) 씨는 징역 11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추징금은 1천114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조직의 수익 배분 구조와 관련이 깊습니다.

총책과 '본부장'이 수익 50% 이상을 가져가고 30%를 팀장이, 15∼18%를 팀원이 나누는 구조에서 말단 조직원 A씨가 뱉어내야 하는 범죄 수익은 피해 회복에 역부족인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가 힘을 받기 위해선 수사 기관의 노력이 검거를 넘어 철저한 환수로 확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앞으로 범죄 수익 환수도 철저히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바꿔 말하면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 남았다는 것"이라며 "정말로 '패가망신'하게 하려면 범죄 수익금 환수도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가해자 검거 못지않게 피해 회복도 형사 사법의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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