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셀프 조사'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경찰에 출석해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습니다.
어제(30일) 오후 2시부터 조사를 시작해 이튿날인 오늘(31일) 새벽 2시 20분쯤 종로구 서울경찰청사를 나온 로저스 대표는 '혐의를 인정했느냐', '곧바로 출국할 것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쿠팡이 경찰 몰래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를 중국에서 접촉하고 노트북을 회수해 포렌식한 경위 등을 추궁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달 25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 조사와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습니다.
쿠팡은 자체 조사 결과 유출된 개인 정보가 3천 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빠져나간 정보가 3천만 건에 달한다며 쿠팡이 일부 증거를 인멸했거나 규모를 축소하려 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로저스 대표는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는데, 체포영장 신청 가능성이 거론되자 지난 14일 세 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주일 뒤 입국했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쿠팡은 계속 그래 왔듯 한국 정부의 조사에 완벽하게 협조하겠다"며 "오늘 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로저스 대표가 이날 '협조'를 거듭 강조하며 몸을 낮춘 건 경찰의 강제 수사를 일단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동시에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조사 직후 곧장 출국할 거라는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경찰은 추가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2020년 숨진 쿠팡 노동자 고(故) 장덕준 씨의 산재 책임을 축소·회피하는 보고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자체 조사를 국가정보원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가 국정원이 이를 부인하며 위증 혐의도 추가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