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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갈등 속 퇴장 앞둔 파월…연준 독립성 지키기 사투

홍영재 기자

입력 : 2026.01.30 22:03|수정 : 2026.01.30 22:03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함에 따라 제롬 파월 현 의장은 배턴 터치를 앞두게 됐습니다.

파월 의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지난 2012년부터 연준 이사로 재직해왔으며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연준 의장에 임명됐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신임해 현재 두 번째 임기(4년·올해 5월 만료)를 수행 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작년 1월20일 이후 1년여 시간은 파월 의장 개인과 연준에 엄청난 정치적 압박의 시간이자, 세계 최대 경제대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시험 기간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후 사흘만인 작년 1월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개최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파월 의장을 향한 포문을 열었습니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 파월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밝힌 뒤 연준이 그런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자기가 "강력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도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국채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정부 부채를 줄이는 것은 경제정책의 성패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인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이끈 연준은 작년 1월 28∼29일 열린 작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엇박자를 냈고 동결 발표가 있었던 작년 1월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에서 "파월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멈추게 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연준이 작년 1월에 이어 3월 FOMC에서도 금리를 동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17일 "나는 그(파월)와 잘 맞지 않는다"며 "나는 그에게 그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힌 뒤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며 공공연히 파월 사임을 거론했습니다.

작년 5월 FOMC까지 연준이 트럼프 2기 출범후 3연속 금리를 동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8일 SNS 글에서 "'너무 늦는'(Too Late) 제롬 파월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파월 앞에 '너무 늦는'이란 수식어는 이무렵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관련 언급때면 상용구로 등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는 파월 의장을 작년 5월29일 백악관으로 불러 회동했으나 두 사람의 금리에 대한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작년 6월17∼18일 트럼프 2기 출범후 4번째 열린 FOMC에서도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SNS글에서 "(연준) 이사회가 이 완전한 얼간이(moron)를 왜 무시해버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난 그(파월)를 해고할지와 관련해 마음을 바꿔야만 할 수도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7월부터 파월 의장 재임 중 이뤄진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의 과다 지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그와 관련해 작년 7월24일 연준 청사를 직접 방문해 청사 개보수 현장을 둘러본 뒤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그랬지만 연준은 같은 달 열린 FOMC에서 트럼프 2기 출범후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습니다.

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에 대해 "멍청하고 정치적", "총체적 실패자" 등으로 비난했고 더 강도 높게 조기 사임을 압박했습니다.

이후 연준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0.25% 포인트씩 3연속 금리를 인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보조를 맞췄지만 더 큰 폭의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초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던 스티븐 마이런을 전임자 사임으로 공석이 된 연준 이사로 기용하고 같은 달말에는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이유로 '금리 매파'로 평가받는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결정하면서 파월을 압박해 나갔습니다.

백악관의 참모를 연준 새 이사로 기용하면서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기존 연준 이사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 단계의 혐의를 이유로 해임을 결정했는데, 이 두 인사 결정은 연준의 독립성을 흔든 일로 평가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계기는 올해들어 미국 법무부가 연준 청사 개보수와 관련해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일이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11일 공개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며 "이 전례 없는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며 "이 문제는 연준이 증거와 경제 여건에 근거해 계속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느냐, 아니면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박이나 위협에 의해 좌우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자신에 대한 수사가 트럼프의 의중과 어긋난 금리 결정에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이었기에 이 이례적 입장 발표는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전직 연준 의장과 경제계 인사들이 사실상 파월 의장의 편에 서며 수사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 쿡 이사 해임과 관련한 대법원 공개 변론에 참석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쿡 이사 해임 결정에 무언의 항의를 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간의 첨예한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금리 인하 기대를 충실히 이행할 인물로 케빈 워시를 차기 의장 후보로 발탁하면서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파월이 주도한 연준의 금리 관련 결정이 옳았는지 여부를 떠나 행정부와 입법부(공화당이 상하 양원 다수당)를 장악한 강력한 대통령(트럼프)이 연준까지 좌우하기 위해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나름의 소신을 고수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갤럽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성인 1천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파월 의장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44%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주요 인사 13명 중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민주당원의 46%가 파월 의장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데 이어 공화당원 34%, 무당파 49%가 지지를 표명하는 등 응답자의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평가가 좋았습니다.

이미 차기 의장 후보가 결정된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3,4월 두차례 더 열릴 FOMC를 주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갈등이 다시 표출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게 됐습니다.

또 파월 의장이 연준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2028년 1월까지인 연준 이사 자리는 계속 지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장악 의지에 맞선 '반군' 세력으로 남을지도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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