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반쪽 아킬레스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아킬레스건을 보통 무릎 수술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십자전방인대가 파열되면 인대는 스스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이 아킬레스건을 환자 사이즈에 맞춰 끼워 넣어서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지난 2023년 11월 경찰은 대대적인 브리핑을 하나 열었습니다. 미승인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서 납품한 일당들 85명을 검거해서 송치했다는 겁니다. 이들은 이 미승인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을 수입한 것을 넘어서 완전한 아킬레스건을 납품한 것처럼 건보공단을 속여서 요양급여 100억 원을 편취한 혐의도 당시에 받았습니다. 경찰은 당시 브리핑 과정에서 반쪽 아킬레스건 모형을 직접 보여주면서 브리핑을 했고 또 기소 의견으로 송치를 했기 때문에 수사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박명운/당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장 : (십자 인대가) 파열됐을 때 그 부분을 이어주기 위해서 이 아킬레스건이 필요한데 반을 잘라 가지고 환자의 몸에 이식을 한 거예요.]
시간이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은 어떻게 됐을지 저희가 취재를 해봤습니다. 2025년 1월 경찰은 돌연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본래 기소 의견으로 경찰이 어떤 사건을 송치하게 되면 갑자기 불송치로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본인들이 수사를 잘못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24년 7월 검찰의 보완수사의 명령 이후 경찰은 본래의 입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서 납품한 업체와 그 대표 관계자들은 처벌은커녕 송치되지도 못하고 이 사건이 끝난 겁니다. 왜 그랬는지 저희가 따져봤는데 경찰이 수사를 미온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식약처의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경찰에게 이 문제의 주무부처인 식약처의 의견을 물어보라고 했고 식약처는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건의 규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답을 내놨습니다. 즉 아킬레스건이 한 개인지 반 개인지 나누어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죠. 이런 식약처의 해석 때문에 승인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유통시켰다는 경찰의 논리가 무너져 버린 겁니다. 그래서 불송치 결정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거죠.
대표적으로 인체 조직을 많이 다루는 미국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식약처에 해당하는 미국의 FDA에서는 모든 인체 조직에 대해서 조직의 유형을 즉 한 개(whole)인지 반 개(bisected)인지 정확히 기재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조직은행으로 알려져 있는 MTF Biologics는 이 아킬레스건을 '전건, 완전한 하나(Whole)' 혹은 '분할(Split/Half)' '뼈 포함 여부' 이런 것들에 따라서 별도로 제품 코드를 부여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식약처 설명처럼 의사가 어차피 수술실에서 잘라 쓴다는 이유로 이 완전한 한 개와 반 개를 구분하는 경우는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또 저희가 몇몇 의료진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의료진들은 맞다, 수술실 현장에서 환자의 사이즈에 맞춰서 아킬레스건을 잘라서 쓰는 경우는 있지만 완전한 한 개가 들어와서 임상의가 판단을 한 다음에 잘라서 넣는 것과 처음부터 반 개짜리가 들어오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라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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