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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값 폭리에 탈세까지…사주 자녀 유학비·슈퍼카로 빼돌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1.27 12:25|수정 : 2026.01.27 12:25


생활필수품 가격을 부당하게 올려 폭리를 취하면서 세금까지 탈루한 업체들이 국세청의 집중 세무조사를 받습니다.

국세청은 생필품 17개 업체의 최근 5년간 총 4천억 원 규모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오늘(27일)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가격 담합 등을 한 5개 독과점 기업, 원가를 부풀린 6개 생필품 제조·유통업체, 거래 질서를 문란케 한 6개 먹거리 유통업체입니다.

대기업 2곳·중견기업 2곳이 포함됐습니다.

국세청은 불공정행위로 생필품 가격을 인상해 서민 부담을 가중하며 세금을 탈루했을 뿐 아니라 사익 추구로 사주 일가의 배를 불리는 업체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가격담합 사례 (사진=국세청 제공, 연합뉴스)
▲ 가격 담합 사례

국세청은 판매 가격과 인상 시기를 담합한 설탕 등 식품 첨가물 제조 대기업 A 사를 정조준합니다.

탈루 혐의액은 1천500억 원에 달합니다.

A 사는 담합 대가로, B 사의 계열사에 식재료 공급 명목으로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로 원재료를 고가 매입한 것처럼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입 단가를 부풀려 이익 수십억 원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사는 사주 일가 지배법인인 C 사에 유지보수비용을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담합 이익 수십억 원을 떼 줬습니다.

특히 미국 현지사무소에 운영비를 과다 송금해 사주 자녀의 체재비로 부당 지원한 혐의도 포착됐습니다.

국세청은 수십 년간 특정 시설물에 대한 운영권을 보유하며 특혜를 세습한 또 다른 업체도 조사 대상에 올렸습니다.

전 직원 명의 사업장으로부터 식재료를 고가로 매입해 비용을 부풀리고, 사업장과 먼 곳에 사는 70대 사주 부모에게 약 8억 원의 가공 인건비를 지출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리대 등 위생용품 제조업체인 D 사는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특정 제품 가격을 33.9% 인상한 곳입니다.

가격 인상은 비용 부풀리기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판매 총판인 특수관계법인 E 사에 3백억 원대 판매장려금과 50억 원대 판매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수법으로 비용을 부풀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광고비와 마케팅비도 대신 지급하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500억 원대 이익을 E 사에 몰아줬습니다.

퇴직자 명의인 위장계열사 F 사를 설립해 용역 대가를 부풀려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국세청은 판매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광고비 등을 부풀리며 특수관계법인에 이익을 몰아준 D 사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입니다.

탈루 혐의 액수는 1천500억 원 수준입니다.

원가 과다 생필품 제조·유통 사례3 (사진=국세청 제공, 연합뉴스)
▲ 원가 과다 생필품 제조·유통 사례3

유아용 화장품 제조업체 G 사는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12.2% 인상한 곳입니다.

특수관계법인 J사와의 거래에서 공동경비를 더 내고, 광고 모델료를 대신 주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이익을 줬습니다.

법인이 상표권을 개발했지만, 사주 명의로 상표권을 출원한 뒤 법인이 상표권을 수십억 원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주는 2억 원이 넘는 업무용 차량(슈퍼카)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을 회사 경비로 대신 부담시키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세청은 이같은 상표권 가공 거래, 특수관계법인 부당 지원, 회사 경비 부당 사용 등의 혐의로 G 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법인 자금으로 취득한 약 20억 원대 고급 아파트를 사주 자녀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또다른 업체의 탈세 혐의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거래질서 문란 먹거리 유통 사례 4 (사진=국세청 제공, 연합뉴스)
▲ 거래질서 문란 먹거리 유통 사례 4

수산물 유통업체인 K 사는 1인 특수관계법인을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수산물 가격을 33.3% 인상했다가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걸렸습니다.

사주가 지배하는 특수관계법인 L 사를 굳이 유통 과정에 넣어 수십억 원대 이익을 몰아줬다고 국세청은 전했습니다.

L 사와 함께 부담해야 할 광고비도 혼자 부담했다고 신고해 경비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인 가공 수산물을 면세로 신고한 점도 문제였습니다.

사주 일가는 법인 신용카드를 골프·해외여행·유흥비 등에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원양어업 업체인 M 사도 거래 중간에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1인 특수관계법인을 끼워 이익을 사주에게 보냈습니다.

특히 원양어선 조업 경비라며 법인자금 약 50억 원을 해외 송금했는데, 실제로는 사주 자녀 유학 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조세 포탈,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칙 행위가 적발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형사 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할 방침입니다.

이번 세무조사는 지난해 9월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와 12월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이은 세 번째 물가 안정 관련 조사입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치솟는 물가 속에 불공정행위로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필품 가격을 인상하며 폭리를 취하고, 세금은 줄여 신고하는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지속해 모니터링하고 세무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에 더욱 단호히 대처해 물가 안정과 서민 경제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국세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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