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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트럼프 불편한 심기에 '차고스 제도 반환법안' 보류

유덕기 기자

입력 : 2026.01.24 16:34|수정 : 2026.01.24 16:3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영국 키어 스타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맹비난에 인도양 차고스 제도 반환 법안을 보류했습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현지시간으로 어제(23일) 보수당의 요청에 차고스 반환 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법안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고 영국이 이곳에 있는 군 기지를 1년에 1억100만파운드(2천2억원)에 재임대하는 내용으로, 오는 26일 영국 상원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보수당이 지정학적 상황 변화를 들어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법안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보류하기로 했으며 이 법안을 향후 다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정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스타머 정부는 지난해 5월 인도양에 있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고 제도 내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군사기지를 최소 99년간 통제하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보수당은 이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하면 1966년 영국과 미국의 조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전부터 차고스 제도 반환을 반대해왔습니다.

1966년 영국과 미국이 맺은 조약은 영국군-미군 기지를 건설해 이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제1조에 "해당 영토는 영국의 주권 하에 있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보수당은 법안을 상원에서 논의하기 전에 1966년 조약과 관련해 미국과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영국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달 말 영국과 미국이 이 조약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에 대해 큰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충격적이게도 우리 '멋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영국이 중대한 미군 기지가 있는 (차고스 제도)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모리셔스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줘버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영국이 극히 중요한 땅을 줘버리는 건 대단히 멍청한 행동이며 그린란드를 취득해야 하는 아주 수많은 이유 중 하나"라며 "덴마크와 그 나라의 유럽 동맹국들은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차고스 제도 반환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얻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듯한 발언을 한 겁니다.

다만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차고스 제도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것인지 아니면 그린란드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바꾸려는 압박 수단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영국이 1965년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할하면서 19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하고 나서도 차고스 제도는 영국령으로 남았습니다.

모리셔스는 영국의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로 불리는 차고스 제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국제사회도 반환을 압박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9년 영국이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디에고 가르시아에 있는 영·미 합동 군기지는 미군에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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