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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사이트] "설계된 아기" '슈퍼 인류' 나오나…신의 영역 침범한 유전자 기술

신정은 기자

입력 : 2026.01.24 21:20|수정 : 2026.01.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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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인물'에 갓 돌을 지난 아기가 선정됐습니다. KJ 멀둔은 출생 직후 130만 명 중 1명이 걸리는 희귀병, CPS1 결핍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생후 몇 주 내에 심각한 뇌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간 이식 말고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대부분 1년 안에 사망하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유전자 속 문제가 되는 DNA를 정확하게 잘라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멀둔을 세 차례 치료했고, 다행히 별다른 부작용 없이 멀둔은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멀둔 부모 : 저희가 (연구팀에게)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는 지 절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멀둔의 사례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함께 희귀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보여줬는데요,하지만 이 행복한 이야기에 강하게 반발하며 제동을 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프랑켄슈타인' 이라는 별명을 지닌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가 "이중잣대"라며 비판한 겁니다. 2018년, 허젠쿠이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닌 아기 3명을 탄생시켰다고 발표하자, 이유 불문 생명윤리를 어긴 것이라며 거센 비판과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리처드 하인스/MIT 화학생물학 교수 : 이 방법 말고도 아기들을 보호할 대안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리우/하버드대 화학생물학 교수 :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신기술을 어떻게 오용했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입니다.]

물론 멀둔과 허젠쿠이의 사례는 분명하게 다릅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멀둔의 사례는 우리 몸의 세포 안 유전자를 잘라내는 '체세포 유전자 편집'으로 후대에 유전되지 않고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치료지만, 허젠쿠이 사례는 수정란이나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건드리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으로 수정된 정보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집니다. 허젠쿠이는 불법 의료행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는데요,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를 앞서 갔을 뿐"이라며 자신의 연구에 떳떳하다는 입장입니다.

[허젠쿠이/과학자 : 이 연구가 논쟁적일 수 있겠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을 필요로 하는 가족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비판을 감수할 거고요.]

그때 당시 허젠쿠이의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아기들은 지금은 아마 7살, 8살쯤 되었을 겁니다. 아이들 보호를 위해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허젠쿠이에 따르면 건강하게 잘 있다고 하네요.

허젠쿠이 사건 이후, 중국 정부는 유전 공학 규제를 강화하며 지난해 9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요. 인간 생식세포의 유전자 변형을 금지하는 한편, 생식세포 또는 배아를 조작하고 인체에 이식해 발달시키는 모든 연구를 감독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금지하면서도 할 거면 감독하겠다"는 건데 그 기준이 상당히 모호한 터라, 유전자 편집 연구를 양지로 끌어올려 명분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가 주도의 유전공학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논란의 중심이었던 허젠쿠이 역시 출소 이후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유전자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제 단순한 과학의 영역을 넘어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바이오 패권 경쟁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유전자 연구 속도를 높이는 반면, 미국은 지난해 말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는 등 바이오 패권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코로나19 때처럼 다른 나라에 의존해야 하는 걸 절대 원치 않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일부 바이오 기업이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실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코인베이스의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등 거물급 억만장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더 큰 논란이 됐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생식세포의 어떤 유전자를 선택해 잘라낼 것인지를 대체 누가 판단할 것이며,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눈동자와 피부색, 키 등 생김새 뿐만 아니라 지능, 근력 등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까지 제3자에 의해 '설계'될 수 있습니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먼 미래엔 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경제력에 따른 유전적 격차도 발생할 수 있죠. 유전자 편집 기술은 양날의 검입니다. 희귀 유전병 등 불치병을 종식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했지만, 인류가 수만 년 동안 지켜온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을 뒤흔들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합니다. 이 강력한 도구를 쥐고 우리가 그려나갈 미래가 '진화의 축복'이 될지 또는 '통제할 수 없는 재앙'이 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취재 : 신정은,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화면출처 : The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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