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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어서 신고…"죽고 싶다" 처절한 외침 찾는다

입력 : 2026.01.20 10:52|수정 : 2026.01.20 11:07

현장 위기 알리는 '알림 앱'과 먼저 안부 묻는 'AI 상담'의 조화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32분, 적막을 깨고 한 통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생활고와 채무 독촉,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겨 극단적 선택이라는 위태로운 신호를 보낸 한 여성의 절규였습니다.

잠들지 않는 인공지능(AI)은 이 신호를 즉시 감지해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와 109 자살예방상담센터로 연결했습니다.

골든타임을 지켜내며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이 사례는 데이터 속에서 사람의 숨소리를 찾아낸 '따뜻한 기술'이 거둔 승리였습니다.

오늘(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과거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송파 세모녀 사건' 등은 행정 데이터의 한계로 발생한 아픈 기억이었습니다.

사회보장정보원은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복지가 없어야 한다는 반성 아래 21개 기관의 위기 정보 47종을 수집해 정교한 빅데이터 그물망을 구축해 왔습니다.

하지만 단전이나 단수 같은 행정 기록은 대개 위기가 깊어진 뒤에야 나타나는 과거의 기록이라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정보원은 올해부터 행정 데이터에 이웃의 관심이라는 실시간 신호를 더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 도구는 복지위기 알림 앱과 AI 초기상담 서비스입니다.

먼저 복지위기 알림 앱은 국민이 직접 현장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상향식 서비스입니다.

누구든 주변의 위기 가구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위치 정보와 함께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체납한 독거노인의 위기를 알리거나, 집배원과 검침원 등 지역사회 안전망이 현장에서 느낀 위험 신호를 시스템에 즉각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전국 1만 7천여 개에 달하는 CU 편의점이 복지 초소 역할을 수행하게 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편의점 점주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보고 앱으로 신고하면 지자체 공무원이 20분 내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습니다.

현재 이 앱은 약 13만 명이 다운로드했으며 하루 평균 30여 건의 신고가 처리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본인이 직접 신고하는 비율이 약 70%에 달하는데, 이는 사회적 고립 가구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웃의 신고가 국민의 목소리라면, 1600-2129 번호를 통한 AI 활용 초기상담은 이에 응답하는 국가의 손길입니다.

이 서비스는 위기 의심 가구로 선별된 국민에게 AI가 먼저 전화를 걸어 어떤 복지가 필요한지 파악하는 지원형 서비스입니다.

보이스피싱 우려를 없애기 위해 지자체에서 미리 안내 문자를 보낸 뒤 전화를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AI는 건강과 경제, 고용 등 7개 영역을 꼼꼼히 묻고 그 결과를 행복이음 시스템으로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지자체 공무원은 반복적인 기초 조사 부담을 덜고,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심층 상담과 현장 방문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기술이 발달할수록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어르신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습니다.

사회보장정보원은 이런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80대 이상 독거 가구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배원, 이장·통장 등 현장 인력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중에는 현재의 시나리오 기반 AI 상담을 생성형 AI로 전환해 어르신들과도 한층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방대한 데이터와 첨단 기술의 결합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위기에 처한 사람의 생명입니다.

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우리가 관리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데이터가 아니라 절망의 끝에 서 있는 국민 한 사람의 삶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1600-2129를 통해 전해지는 안부가 소외된 이들을 우리 사회와 다시 연결하는 든든한 생명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SBS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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