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건물
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미 언론계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취재원 보호가 생명인 현장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며 휴대전화와 노트북 보안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15일(현지 시간) WP에 따르면 FBI는 전날 오전 버지니아에 있는 이 매체 기자 한나 나탄슨의 집을 압수수색해 그의 휴대전화 1대와 개인용 및 WP 업무용 노트북 2대, 스마트워치 1개를 압수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은 군사 기밀을 불법 소지한 혐의를 받는 정부 계약업체 직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습니다.
수사당국은 맷 머레이 WP 편집국장에게 기자나 신문사가 직접적인 수사 대상은 아니라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 언론계는 통상적인 소환장 발부가 아닌 기자의 주거지를 이른 아침에 덮쳐 취재 장비를 압수한 방식에 경악하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특히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는 정보가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기자들은 '보안 비상'에 걸렸습니다.
기자들은 휴대전화의 안면 인식 기능을 끄고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추적을 피하기 위한 '버너 폰'(잠시 사용하다가 폐기하는 휴대전화) 사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압수수색이 오히려 취재원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FBI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압수수색 대상 기자가) 정부 계약자로부터 기밀 군사 정보를 입수해 보도함으로써 우리 장병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언론계와 법조계는 이번 조치가 취재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한 기자 위원회'의 게이브 로트먼 변호사는 "기자의 집을 급습하는 것은 법적 이의 제기를 어렵게 만드는 매우 침해적인 조치"라며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크로 뉴욕타임스(NYT) 부사장은 "기자의 집을 급습해 기기를 압수한 것은 자유 언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이러한 조치는 공익을 위한 기자의 취재를 방해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