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기세등등한 고환율에 통화 정책이 발이 묶인 모양새입니다.
덩달아 오르는 물가와 집값도 통화 당국 부담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15일) 오전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통위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0.25%포인트(p) 내린 뒤 같은 해 7·8·10·11월에 이어 오늘까지 5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이번 결정의 첫 번째 고려 사항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이 꼽힙니다.
앞서 정부와 한은은 지난 연말 환율 종가를 낮추기 위해 역대 최초로 금융기관 외화 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가용 대책을 총동원했습니다.
선물환 포지션 제도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경감, 거주자 원화 용도 외화 대출 허용 확대, 국민연금 관련 '뉴프레임워크' 모색 등을 쏟아냈습니다.
당국은 이어 고강도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 대규모 환 헤지를 병행해 연말 종가를 1,439.0원으로, 전년(1,472.5원)보다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가파른 반등을 막지 못했습니다.
한은 자체로도 지난해 12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외환 보유액을 들여 환율 방어에 나섰으나, 상승세를 꺾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환율(매매기준율)은 1,467.4원에 달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월(1,505.3원) 이후 27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도 1,422.2원으로, 1998년(1,398.9원)보다 높은 사상 최고였습니다.
이후 올해 들어 전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10거래일 연속 오른 환율은 어느새 다시 1,480원 선을 넘봤습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9일∼3월 17일(12거래일 연속) 이후 최장 기간 상승이었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환율 추가 상승 기대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간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원화 약세와 관련,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례적인 '구두 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1,460원대로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2년 7월 이후 역대 최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금통위가 금리를 더 이상 낮추지 못하는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한국이 연 2.50%, 미국이 연 3.50∼3.75%로, 상단 기준 1.25%p 차이가 납니다.
통상 이론적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을 자극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됩니다.
더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정면충돌 속에 미국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어서 금통위가 먼저 섣불리 움직이기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금통위는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이 집계하는 수입물가지수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올라 2021년 5월∼10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최장 기간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석유류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해 9월(2.1%), 10월(2.4%), 11월(2.4%), 12월(2.3%) 등 넉 달 연속으로 목표 수준(2%)을 웃돌았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수도권 등 일부 지역 집값 상승세는 심상치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달 767조 6천781억 원으로 전월보다 4천563억 원 줄어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습니다.
반면, 올해 1월 첫째 주(5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주보다 0.18% 올라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48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시장 관심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 수순으로 접어드는지에 쏠려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27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며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