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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부통령, 임시 대통령 취임…"슬프고 고통스럽다"

곽상은 기자

입력 : 2026.01.06 10:00|수정 : 2026.01.06 10:00


▲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미국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재에 따른 통치권 수행을 위해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현지시간 5일 카라카스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서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고통에 대한 슬픔을 안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마약 테러 공모 등 혐의로 미국 법정에 선 마두로를 여전히 '대통령'으로 칭하며,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부통령으로서 핵심 부처인 석유장관을 겸임하며 경제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인물입니다.

베네수엘라 좌파 거두인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때 정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로드리게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하면서 "젊고 용감하며 노련한, 순교자의 딸이자 혁명가로서 수천 번의 전투를 겪어낸 인물"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로드리게스의 부친은 베네수엘라 좌익 게릴라 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 (1942∼1976)입니다.

미군 작전 수행일인 지난 3일 저항 의지를 피력했던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튿날인 4일엔 매우 완곡한 어조로 "우리나라가 존중과 국제 공조의 환경 속에서 외부 위협 없이 살기를 갈망한다"면서 미국과 협조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으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에 대한 법적 효력을 확인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습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2026∼2027년 입법부 수장으로 재선출됐습니다.

2031년까지 임기를 수행할 의원들의 취임 선서식이 함께 진행된 본회의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국회의원인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35)는 로드리게스를 향해 "주어진 매우 어려운 임무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민 결집을 호소하는 동시에 "국가 원수의 납치가 일상화한다면 어느 나라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국제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붙잡아 가는 것을 목표로 수행된 미군 공격에 대해 지지 의사를 보이는 이들을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5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비상선포문을 관보에 게시했습니다.

해당 문서의 '존재'는 지난 3일 로드리게스 당시 부통령에 의해 처음 공개된 바 있습니다.

문서에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조처가 "미국의 군사 행동에 따른 것"이라며, "침략을 격퇴하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며, 공화국의 신성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 방어 조치의 시급한 채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군과 민병대 총동원령, 공공 서비스 인프라 및 석유산업 군사화, 국경 지대 병력 증강 및 순찰 강화 등이 명시됐습니다.

또 국내 이동 제한, 집회 및 시위 권리 정지도 포함됐고, 필요한 경우에 재산 압류 등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여기에 더해 미국의 무장 공격을 지지·조장하거나 지원한 모든 이들에 대해 즉각적인 수색과 체포를 진행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비상선포는 90일간 이어지며, 추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문서에 나타났습니다.

관련 문서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서명이 포함돼, 마두로 대통령이 일찌감치 해당 문서에 서명해 뒀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군의 마두로 대통령 생포'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비상선포문을 직접 손에 든 채 국가 방어권 사수를 역설했습니다.

로드리게스로서는 비상선포 지휘 및 시행의 법적 근거가 마두로 대통령 권한 아래서 나왔음을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관 운영을 재개할 준비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카라카스에 위치한 주베네수엘라 미국 대사관은 2019년 트럼프 1기 정부 때 양국 관계 악화 속에 외교관들이 모두 철수해 사실상 폐쇄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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