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트럼프 행정부, 구글 등 채용·승진 조사…DEI 폐기 압박

김민표 기자

입력 : 2025.12.29 16:07|수정 : 2025.12.29 16:07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이 중요하게 여겨온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을 폐기하는 데 주력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계약 법규를 무기로 구글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에까지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성과 전쟁' 전선이 군·정부 등 공공 분야와 대학 등 교육 기관을 거쳐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법무부가 구글, 버라이즌을 포함한 미국의 여러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채용·승진 과정에서 다양성 정책을 적용하는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법무부는 정부를 속여 이익을 취하는 기업을 처벌하는 '허위 청구 처벌법'을 새롭게 해석해 이번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 법은 정부 조달 계약에 참여한 기업이 수행하지도 않은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거나, 청구 비용을 부풀리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법무부는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이 채용 때 다양성 원칙을 고려하는 행위가 '사기'에 해당해 정부가 이에 책임을 물어 수백만 달러를 환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자동차, 제약, 방산, 공공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과거 법무부의 '허위 청구 처벌법' 관련 조사는 기업 내부 고발자로부터 제보를 받았거나, 정부 다른 기관이 조사 결과를 통보해왔을 때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지난 5월 인종, 민족, 출신국에 따른 특혜 또는 불이익을 주는 모든 연방 자금 수령자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소송을 제기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는 지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업무에서 인종·성별에 따른 차별을 종식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에도 DEI 정책을 유지하는 민간 기업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허위 청구 처벌법이 '인종차별적 정책'을 펴는 기업과 학교를 처벌하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정부뿐 아니라 정부와 계약한 업체에서도 DEI 정책을 종료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향후 다양성 정책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기업들을 상대로 대거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법정에서 정부 측이 승소하기가 쉽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법무부의 이번 조사 이후 정부와의 송사에 휘말려 최악에는 거액을 부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WSJ은 "재정적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기업 사회를 흔들고 있다"며 "법무부가 민사상 허위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경우 피고는 최대 정부가 입은 손해의 세 배 금액까지 배상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