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해커
북한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의 지령을 받고 현역 장교에게 접근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자에게 징역형이 확정됐습니다.
오늘(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42) 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이 씨는 2021년 7월 북한 해커(텔레그램 활동명 보리스)로부터 '군사기밀 탐지에 필요한 현역 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고, 현역 장교이던 대위 김 모(33) 씨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겠다"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해 군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씨는 보리스의 지령에 따라 김 씨에게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보냈고, 김 씨는 이를 수령해 군부대에 반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씨는 또 군사기밀 탐지에 사용되는 USB 형태의 해킹 장비(포이즌 탭, Poison Tap) 부품을 노트북에 연결해 해커가 원격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김 씨는 보리스와 이 씨에게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로그인 자료 등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실제 해킹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또 다른 현역 장교에게 군 조직도 등을 제공하면 돈을 주겠다며 접근했으나 해당 장교는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이런 범행을 통해 이 씨는 7억 원 상당, 김 씨는 4천8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각각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이 씨가 활동 대가로 받은 비트코인 출처 등을 확인한 결과 해커가 북한 공작원이 맞고, 지령 내용을 보면 이 씨 역시 그가 북한 공작원임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소한 대한민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를 위해 군사기밀을 탐지하려 한다는 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인식에 북한이 제외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자칫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던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엄한 처벌은 당연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제공한 장비로 군사기밀 탐지가 이뤄지진 못해 시도한 모든 행위가 결과에 이르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사와 이 씨 모두 상소했으나 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죄의 실행의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5천만 원이 확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