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보컬 로망'으로 불리며 20년 넘게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랑받는 밴드 야다의 메인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전인혁 밴드'의 전인혁(42)이 신곡으로 돌아왔다. 그간 연주자로는 활발히 활동해 왔지만, 전인혁의 '노래'를 새로 만나는 건 3년 만이다.
오는 28일 공개되는 신곡 제목은 <사랑한 만큼 아프겠죠>은 야다의 대표적인 히트곡 <진혼>, <슬픈 다짐>을 만든 작곡가 고성진이 가장 전인혁의 감성을 잘 표현한 곡이다. 전주부터 듣는 순간 마음은 자연스럽게 야다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전인혁은 "그동안 많은 팬들이 연주만 하지 말고 제발 앨범 좀 내라고 한다. 팬들에게 선물 같은 앨범이 되길 바란다"고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곡은 차가운 겨울, 아련하고 스산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사랑한 만큼 아프겠죠'는 깊은 여운으로 다가와 마음을 적신다.
전인혁의 보컬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지만 그의 음악의 시작은 '목소리'가 아니라 '기타'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기타를 쥔 이후, 지금도 매일 몇 시간씩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에게 기타는 '생활'이고, 목소리는 '신기한 재능'에 가깝다. 누군가는 피를 깎는 연습으로 만들어야 할 능력일 테지만 그는 야다 오디션에 기타리스트로 갔다가 "노래도 한번 해봐라"라는 한마디로 곧바로 메인보컬로 데뷔, 인생이 바뀌었다.

"글쎄요, 제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일은 별로 없어요. 그냥 그런 특이한 느낌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노래를 배우거나 그런 적이 없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뭐랄까 좀 약간 설익은 듯한 그런 느낌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그걸 알아봐 준 작곡가 형님에게 고맙죠. 데뷔곡인 <이미 슬픈 사랑>을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였는데 '네가 가진 것 그대로 한번 불러봐라'라고 했고 저는 그냥 불러봤던 거였어요."
하늘에서 재능이 두 개 내려온다면, 사람들은 대개 두 개를 다 탐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인혁은 망설이며 말했다.
"이런 대답을 한다는 게 누군가 나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주저하면서도, "당연히 기타리스트로서 칭찬받고 싶다"고. 노래 칭찬도 고맙지만, 그는 원래 기타리스트였고, "정말 잘하는 보컬을 찾아 밴드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보컬이 돼서 이렇게 됐다"는 고백은 그를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문장이다.
이 진심은 '플라워'로 이어진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야다 이후 그가 플라워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했을 때 팬들은 슬퍼했지만, 전인혁은 그 시간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꼽았다. 팬들이 "왜 야다에 있는데 플라워에서 기타 치냐" 묻는 동안 그는 '왜 나는 이렇게 즐거운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슬퍼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다는 것.

"저는 연주를 하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투어 버스에서 기타를 연습하며 이동하는 것도 제가 꿈꾸던 밴드의 로망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걸 바라봐 주시는 팬들은 '어? 왜?'라고 물었어요. 어느 날부턴가 제가 그거를 자꾸 설명을 해야 되니까 '굳이 내가 나를 왜 누군가에게 설득해야 되지.' 그래서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것도 나고 얘도 나니까."
그의 마음을 돌린 결정적 장면은 올해 6월 KBS <열린음악회>였다. 전인혁은 기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연주하며, 야다 시절과 다르지 않은 폭발적인 고음을 '있는 그대로' 내질렀다. 누군가로 대체할 수 없는 그의 고집, 전인혁이라는 사람의 방식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올라왔다. 그리고 그 무대 이후, 그는 "하지 않는 게 교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열린 음악회를 나갔는데 어렸을 때부터 늘 섰던 무대잖아요. 변함이 없잖아요. 근데 노래를 하면서 느낀 거예요. 저렇게 많은 분들이 이런 노래를 좋아해 주시고 따라 불러주시는데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거더라고요. '이걸 안 하는 게 약간의 교만이 아닌가'라는. 그래서 이번만큼은 <진혼>을 만들어 주셨던 성진이 형한테 연락했죠. '형, 하나는 써줘.' 내 목소리를 제일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니까 하자, 그렇게 된 거죠."
영상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은 '그리움'으로 넘쳤다.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까" 오히려 효과가 더 커진 것 같다는 전인혁은, 어느 순간 자신이 '노래하면 귀한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담담히 웃었다.
"대중분들은 '저 사람이 노래를 잘 안 하려고 하고 어딘가에서 기타를 자꾸 치고 있으니까' 한 번 노래하는 무대가 나오면 '이 영상은 봐야 되는' 느낌처럼 봐주시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보면 '노래한다, 귀하다'가 돼버린 건가."(웃음)

그는 흔한 '관심의 결핍'으로 움직이는 가수가 아니다. "그런 열망이 있었던 사람이었으면 저는 되게 우울한 삶을 보냈을 거예요. 전혀 그렇지 않았고… 저는 성격이 밝거든요." 다만, 그런 태도가 오히려 그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화려함을 싫어했고, 특히 기타리스트를 보컬보다 덜 주목받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에는 단호히 선을 긋는다. '우린 밴드인데 어떻게 한 사람만 보지?'라는 질문은 그가 줄곧 품어온 싸움이었다.
그런 전인혁이 다시 노래로 돌아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누군가의 '기억'을 깨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기억을 '선물'로 다시 건네기 위해서다. 고성진의 멜로디 위에서 울리는 <사랑한 만큼 아프겠죠>는 야다의 시간을 호출하지만, 결론은 과거가 아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 곡이 잘 됐으면 좋겠고, <이미 슬픈 사랑>을 뛰어넘는 곡을 언젠가 만나든, 내가 쓰든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는 전인혁의 말처럼, 이번 컴백은 '재현'이 아니라 '지금의 전인혁'으로 이어지는 다음 장이다.
전인혁은 "야다로 5년 정말 불태웠다. 주목도 많이 받았고 1등도 해봤고, '됐다 이제 5년 열심히 했으니 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군복무 때는 '남성들의 로망곡'인 만큼 훈련소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떠나는 그대여 울지 말아요>를 계속해서 불러야 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
야다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웠다. 전인혁은 "시도는 해봤지만 의미가 있으려면 전 멤버가 다 해야 한다. 누가 빠지고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건 의미가 없다. 각자 뮤지컬 배우, 드라마 PD, 사업 등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요즘 20대 초반이 야다를 '노래로만' 알고 따라 부르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고 고맙다"며 "90년대 히트곡을 틀어놓다 좋아서 찾아봤다는 친구들도 있고, 팬카페에 가입한 20대도 있다"고 웃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더 많이 남기고, 더 자주 만나기'다. 전인혁은 "죽을 때까지 음악 할 거다. 이제는 좀 더 많은 걸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곡 외에도 신곡을 계속 준비 중이고, 1월에는 '아무다 밴드'라는 프로젝트도 앞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는다'는 뜻의 <아묻따 밴드>는 홍경민, 김준현, 조정민, 조영수 작곡가, 전인혁이 함께하는 팀으로, 댄스·힙합·펑크·록·발라드까지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는 "모두가 주인공인 밴드"를 지향한다.
그는 "기타리스트로서의 1집 연주 앨범도 준비 중"이라며 "바람이 있다면 이번 곡이 잘 됐으면 좋겠고, 언젠가 <이미 슬픈 사랑>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곡을 만나든 제가 쓰든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인혁의 신곡 <사랑한 만큼 아프겠죠>는 12월 28일 오후 6시 공개된다.
사진=레드블랙엔터테인먼트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