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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를 눈사태로 키우는 김범석…세무조사에 주주 소송까지 [스프]

우상욱 논설위원

입력 : 2025.12.24 17:30|수정 : 2025.12.24 17:30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
'스노우볼 이펙트'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주먹만 한 눈덩이를 굴리면 처음에는 손으로 쉽게 멈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덩이를 계속 아래로 굴러가게 내버려 두면 일은 점점 더 커집니다. 산 아래에 도착할 즈음에는 마을 전체를 덮치는 거대한 눈사태가 되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됩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뜻입니다. 사태가 커지기 전 선제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브닝브리핑

국세청, 쿠팡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 착수
서울지방국세청이 최근 쿠팡 본사와 자회사 건물에 1백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관련 회계자료를 확보하며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흔히 '재계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조사4국에 국제거래조사국까지 나섰습니다. 조사 대상은 쿠팡의 100%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입니다. 물류·창고·배송 체계를 다루는 핵심 자회사인 만큼 이곳의 거래 내역을 통해 쿠팡의 실제 수익과 비용 등 거래 과정 전반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국제거래조사국까지 투입된 것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미국 본사인 쿠팡Inc 간 이익의 이전 과정에 탈세 의혹이 없는지도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국세청의 최정예 주력 2개국이 동시에 나서는 말 그대로 전격적인 조치입니다.


정부·여당, 전방위 압박 공세
더불어민주당은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국회 6개 상임위원회 합동 연석 청문회를 오는 30, 31일 이틀 동안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연석 청문회에는 과방위, 정무위, 국토교통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기획재정위, 외교통일위 등 6개 상임위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또 김범석 의장이 이번에도 청문회에 불참하면 추가 고발과 국정조사, 동행명령장 발부 등을 통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도 연석 청문회 참석을 요청하되 불참하더라도 여당 단독으로 진행할 방침입니다.

정부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TF를 만들었습니다. 쿠팡에 대한 수사, 조사, 대책 수립을 범부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공정거래위는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쿠팡 사태와 관련해 "분쟁 조정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겠다"며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여당과 정부가 전방위로 쿠팡과 김범석 의장 압박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미국에서도 "정부유출 늑장 공시" 집단 소송
얼마 전 이브닝 브리핑을 통해 쿠팡에 대한 법정 소송이 미국에서도 진행된다고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쿠팡 피해자들을 대리해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법인인 SJKP 로펌이 쿠팡의 미국 지주사인 쿠팡Inc를 상대로 뉴욕 연방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 보호 관련 민사 배상 제도가 더 엄한 미국에서 법적 책임 추궁에 나선 것입니다.

이에 더해 쿠팡 정보유출 사태의 피해자는 물론 주주들까지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습니다. 현지시간 20일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쿠팡 Inc의 한 주주가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쿠팡 CFO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소장에서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인데 쿠팡이 허위, 또는 오해를 부를 공표를 했거나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쿠팡이 지난 16일에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미국 증권당국에 공시했는데 이는 사고 사실을 안 뒤 4영업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현재는 원고가 한 명이지만 집단소송의 성격상 참여 주주들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쿠팡은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될 처지입니다.


산재 은폐 의혹 줄줄이 제기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주장하며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쿠팡이 과거 산업재해 책임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SBS는 지난 2020년 쿠팡 목천 물류센터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유독 물질에 노출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쿠팡이 자회사에 법적 책임을 떠넘기려 한 움직임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사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대신 쿠팡 본사와 김범석 의장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해 발생한 칠곡물류센터 노동자 과로사 사건 당시에도 김 의장이 산재 은폐를 직접 지시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김 의장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내용의 메모는 절대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습니다. 현직 부장검사의 '눈물의 폭로'를 부른 쿠팡 수사 무마와 퇴직금 미지급 의혹에 대해서도 상설특검이 어제, 오늘 이틀째 쿠팡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쿠팡의 '비인간적 노동 논란'이 재점화한 양상입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쿠팡의 부적절한 기업문화, 부실한 사회적 책임 전반을 새롭게 조명하는 셈입니다.


여전히 해외에서 은거 중인 김범석 의장
쿠팡을 둘러싼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인데 최고 책임자인 김범석 의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설사 해외 주요 일정으로 출국했더라도 급거 귀국해 상황 해결을 진두지휘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사고 발생 이후 3주째 모습을 감춘 셈입니다. 김 의장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내놓은 공식적인 언급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 '불참한다'는 사유서에 적힌 말뿐입니다. "글로벌 최고경영자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 상황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비판 여론에 기름만 끼얹었습니다. 여당은 최근 국회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국내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김범석 입국 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자칫 병역 의무를 편법으로 피했다가 지금까지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 씨 꼴이 날 수도 있습니다.

김 의장의 이런 행태는 쿠팡 상황 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이상의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김 의장이 미국 시민권자임을 내세워 국내에서 져야 할 정당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가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을 우습게 여긴다는 인상을 줍니다. 쿠팡이 설사 나중에 사태를 수습하더라도 화근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김 의장은 왜 눈덩이를 눈사태로 만들고 있나
이쯤에서 몹시 궁금해집니다. 김 의장은 왜 사태 초기에 눈덩이를 막지 않았을까? 국내에서 경영 활동을 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한국 사회와 여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나? 이렇게 상황이 악화될 줄 몰랐을까?

질문을 하다 보니 현재 드러나고 있는 김 의장의 과거 행태에 답이 있습니다. 앞서 산업재해 은폐 정황에서 볼 수 있듯 김 의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끊어내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치권이나 경제계 요로의 인물들을 대거 대관팀으로 영입해 그들이 피우는 연막 뒤에서 상황을 모면했다는 의심도 받습니다. 과거 여러 차례 국회 청문회 출석 요청을 국외에 있다며 회피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들이 지금까지는 통했습니다. 잘못된 학습을 한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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