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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또! 또! 바뀐 빨대 정책…6년간 국민 00훈련 시켰나

장세만 기후환경전문기자

입력 : 2025.12.25 15:05|수정 : 2025.12.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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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인트로
00:09 "6년 간 대체 뭐한 거야?" 오락가락 빨대 정책
02:04 코로나로 또 흐지부지…"번복한다고? 억울"
03:09 또! 또! 바뀌는 빨대 정책…이마저도 오락가락
 

안녕하세요, SBS 기후환경전문기자 장세만입니다. 제가 지난주에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공장에 다녀왔는데요. 뭘 만드는 시설인지 한 번 보시죠.

1. "6년간 대체 뭐한 거야?" 오락가락 빨대 정책
저기 하얀색으로 보이는 커다란 릴 같은 게 보이시죠? 마치 예전에 영화관에서 쓰는 영화 필름 릴처럼 생겼는데요. 하지만 영화 필름이 아니고요. 저 하얀색 물체는 종이입니다. 종이. 폭이 한 2~3cm쯤 되는데요. 저 종이에다가 열을 가해서 기다란 저 금속 틀을 따라서 사선으로 감아 돌립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절단하는 모습인데요. 이쯤 되면 뭔지 아실까요? 종이 빨대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환경 문제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기 위한 대체품으로 만든 물건이죠. 플라스틱 빨대 이슈가 본격화된 계기는 지난 2015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피그너 박사팀이 바다거북 코에 박힌 길이 약 10cm 가량의 플라스틱 빨대를 펜치로 제거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입니다. 거북이가 고통스러워하면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서 큰 충격을 줬습니다. 당시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강한 규제 여론을 불러오는 큰 계기가 됐습니다. 실제로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커피 브랜드들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발적인 실천으로 플라스틱 빨대 문제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겁니다. 2018년에 스타벅스가 종이 빨대를 도입한 시범 매장을 운영한다고 발표했고요. 엔제리너스는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뚜껑을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던킨, 베스킨라빈스도 매장 내에 빨대 거치대를 없애겠다, 이렇게 밝혔고요. 그리고 나서 그 이듬해인 2019년 11월 당시 환경부가 일회용품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을 수립해서 발표합니다.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서 2020년에 업계 내에서의 자발적 협약을 맺도록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2021년에는 플라스틱 빨대의 무상 제공을 금지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2022년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빨대 사용을 금지시킨다는 겁니다.

2. 코로나로 또 흐지부지…"번복한다고? 억울"
그런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코로나19가 발생했죠. 그러면서 함께 추진됐던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해제되는 바람에 플라스틱 빨대 문제에 대해서도 규제가 흐지부지됐습니다. 당초에는 2022년 11월 24일부터 추진하려던 게 1년간 유예가 됐고요. 당시에 커피업계와 소상공인의 반발 탓이 컸죠. 그런데 유예했던 1년 후가 지나서 2023년 11월에는 다시 시행한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기한 유예한다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또 한 번의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처음에 보여드렸던 종이 빨대 업체는요.
이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무르익던 2018년부터 대략 70억 원 가량을 투자해서 종이 빨대 시설을 스스로 개발하고 상용화를 이뤘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월 3천만 개씩 커피업체에 납품을 했지만, 무기한 유예발표 이후에는 판매량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게 됩니다.

[최광현/종이빨대 업체 대표 : 갑자기 또 (빨대) 정책 철회를 전부 다 하고 이런 과정이 여러 차례 번복하니까 굉장히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3. 또! 또! 바뀌는 빨대 정책…이마저도 오락가락
그리고 나서 2년이 조금 넘게 흘렀습니다. 새 정부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이라는 걸 12월 23일 발표했는데 여기에 새롭게 바뀐 일회용 빨대 규제가 포함됐습니다. 핵심은 플라스틱이든 종이든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이 재질에 따른 구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요. 다만 손님의 요청이 있을 때만 빨대를 꺼내주라는 겁니다. 매장 내에 비치하지 말고요. 그러면 버블티나 스무디 같은 음료 있죠? 빨대가 없으면 먹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런 음료를 주문할 때도 꼭 요청을 해야만 주느냐 손님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점원 역시도 일을 두 번 시키는 거 아니냐, 이런 문제 제기가 나온 겁니다.

[김나연/시민 : 빨대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니까 요청해야 되는 건 좀 불편한 것 같아요.]
[고장수/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 : 얼음을 갈아서 만든 스무디도 있고 또 이제 버블 음료도 있는데 이것은 빨대가 없으면 이용을 못 하는 음료거든요.]

얼음을 갈아서 만든 스무디도 있고 또 버블 음료도 있는데 이거는 빨대가 없으면 이용을 또 못 하는 음료거든요. 이에 대해서 정부가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메뉴들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빨대를 음료와 함께 제공하는 걸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빨대 하나 가지고 이렇게 복잡하고 세세하게 규정을 만들어야 하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빨대 없이 먹기 힘들다는 그 정도의 판단이라는 게 음료의 점성이나 물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과연 얼마나 점성이 높아야 빨대 없이 먹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거냐 그 기준이 뭐냐 이런 의문이 따라서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대강 큰 원칙만 정해놓고, 현장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요. 이게 단순 캠페인이나 자율 실천의 문제가 아니고요. 위반할 경우에 제재가 따를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손님이 먼저 요청해야 하되 버블티나 스무디 같은 일부 음료는 예외로 한다"라고 하는 정도가 절충점이 될 것 같은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취재 : 장세만, 구성 : 신희숙,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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