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명예훼손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다른 사익적 동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위법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습니다.
오늘(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립중앙박물관 청소업무 현장관리자였던 A 씨가 청소업무를 하는 근로자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갈등은 A 씨가 2020년 7월 자신의 관리·감독을 받던 B 씨로부터 15만 원 상당의 양주 1병을 받은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B 씨는 양주를 건네주기 전날 A 씨에게 전화해 "양주 1병을 넣어둘 테니 사물함을 미리 열어두라"고 했고, A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B 씨는 "몰래 살짝 가서 사물함에 두겠다"면서 "나 돌돌이(청소장비) 안 가르쳐줘도 돼"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B 씨는 돌돌이 사용법을 외부기관에 150만 원을 내고서라도 배워야겠다고 고민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B 씨는 이후 노조 사무실에서 'A 씨가 돌돌이 사용법 교육 대가로 양주 상납을 요구해 이를 상납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노조 간부들의 진정 제기로 A 씨와 B 씨는 2020년 11월 청렴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각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후 A 씨는 '양주 상납을 요구받았다'는 B 씨의 허위 발언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A 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B 씨가 A 씨의 상납 요청에 따라 양주를 제공한 것이 아님에도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알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명예훼손에서 불법행위 책임과 위법성 조각 사유에 관해 소액사건심판법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했다"며 2심 판결을 깼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적시된 사실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할 때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면서 "(명예훼손)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동기가 내포돼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를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두 사람 간 대화의 전체적 맥락을 고려할 때 양주 제공이 청소 장비 사용 교육 대가와 결부돼 있었다면서, B 씨 발언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청소 장비 교육 대가에 금품 제공이 결부됐다는 사실은 박물관 공무직 직원의 위법행위나 도덕성에 관한 것으로 소속 집단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며 "설령 B 씨가 양주를 제공한 이후 청소 장비 교육을 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발설하게 된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부수적인 사익적 동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