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진영의 분열상이 보수 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도 표출되며 재단 인력이 대거 이탈했습니다.
헌법상 3선이 불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포스트 트럼프' 시대의 정책 노선과 차기 지도자 후보군 등을 놓고 보수 진영의 경쟁과 갈등상이 점화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핵심 인력 등 약 15명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설립한 보수 싱크탱크 'AAF'(Advancing American Freedom)로 이직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으로 어제(22일) 보도했습니다.
AAF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펜스가 지난 2021년 워싱턴DC에 설립한 싱크탱크입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며 공화당 내 영향력이 줄었지만, 트럼프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보수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일정 부분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합류하는 인사는 헤리티지재단의 존 말컴 법률·사법연구센터장, 케빈 다야라트나 데이터 분석센터장, 리처드 스턴 경제정책연구소장 등입니다.
AAF는 이번 신규 채용을 위해 불과 몇 주만에 1천만 달러 이상을 모금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은 보수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싱크탱크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집권 청사진을 제시한 '프로젝트 2025' 문건 가운데 상당수가 행정부에 의해 채택되면서 전성기를 맞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재단은 최근 몇 달 새 반(反)유대주의 논란, 정책 노선 갈등 등으로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강경한 친(親)트럼프 노선 행보를 보여온 케빈 로버츠 헤리티지재단 회장이 최근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을 옹호한 것이 내부 갈등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칼슨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반유대주의 성향의 백인 우월주의자로 평가받는 닉 푸엔테스를 인터뷰해 논란이 됐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WSJ 인터뷰에서 헤리티지재단이 고립주의적 요소를 수용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중단했으며 일부 관세 정책을 지지했다면서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재단 인사들이 대거 사직한 데 대해 "헤리티지와 일부 다른 인사, 논평가들이 '큰 정부 포퓰리즘'을 받아들이고 반유대주의를 용인하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 법률센터 고위 인사인 컬리 스팀슨과 한스 폰 스파코브스키는 이날 사임서에서 "재단이 설정한 사명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헤리티지재단 측은 성명을 통해 이탈한 일부 직원들을 비판하며 "헤리티지재단은 항상 토론을 환영해 왔지만, 사명에 대한 공감과 조직에 대한 충성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며 공화당 내 장악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마가 진영 내 분열상은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18∼21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 진영 행사인 '아메리카페스트 2025'에서도 연사들 간에 친이스라엘 외교 정책, 반유대주의 논란 등을 놓고 극언과 조롱, 상호비방이 오갔습니다.
한편, 이 행사를 주관한 '터닝포인트USA'는 JD밴스 부통령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고 발표했고, 2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 트럼프 대통령에 맞섰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차기 대선에서 재도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