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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에도 쿠팡에 대한 단독 보도 준비했습니다.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유독 물질에 노출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이후 경영진의 대화를 보면, 김범석 당시 한국 쿠팡 대표의 최우선 해결 과제는 하청업체와의 계약 주체를 자회사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박재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20년 6월 고 박현경 씨는 쿠팡 목천물류센터의 사내식당을 방역하라는 지시를 받고 소독하던 중 유독물질에 노출돼 사망했습니다.
[최규석/故 박현경 씨 남편 : 쿠팡 소속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하청의 하청이더라고요.]
유족 측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쿠팡 측이 대화를 끊었다고 말합니다.
[최규석/故 박현경 씨 남편 : (쿠팡 측이) 자기들은 하청을 줬기 때문에, 그쪽 변호사들하고 얘기해라. 울분이 터졌어요. 미쳐요, 그거. 직접적으로 들으면요.]
검찰은 쿠팡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고, 하청업체 임직원들은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사건 넉 달 뒤, 쿠팡 임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역입니다.
당시 쿠팡 법무총괄은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에게 "회의에서 김범석 대표가 모든 아웃소싱 계약을 쿠팡에서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로 변경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목천 물류센터 사망사고로 쿠팡이 수사 대상이 됐다며,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일에서도 위탁 운영 계약의 당사자가 쿠팡이었기 때문에 형사 책임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김 대표가 계약 주체를 신속히 쿠팡풀필먼트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언급됩니다.
이후 발생하는 사고에서 김 대표가 쿠팡과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성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 : 결국은 산재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바꾼 게 아니라, 그 불똥이 자기에게 튀지 않도록 하는 방식들만….]
김 대표는 고 박현경 씨 사망 넉 달 후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사로 숨진 고 장덕준 씨 사건에 대해선 "열심히 일한 증거를 남기지 마라"고 지시했습니다.
쿠팡 측은 당시 책임을 회피하려 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SBS 질문에 "정당한 해임조치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전 임원이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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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범석 의장을 보호하려는 정황은 쿠팡의 다른 문서에도 확인됩니다. 과거 쿠팡이 회사 분할을 검토하면서 분할의 목표로 삼았던 게 CEO에 대한 위험 줄이기와 노조 규모 축소였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김혜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김혜민 기자>
'최고 기밀'이라고 적혀 있는 문서.
제목은 '에르메스', 한글 설명은 '회사 구조 변경, 분할'입니다.
쿠팡의 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 A 씨가 사내 변호사로부터 받은 이 문서는 '회사 분할에 대한 의사결정'이 목적이라고 돼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회사 분할 검토 배경을 설명하며 사업이 아닌 노무 이슈와 대규모유통업법, CEO 리스크 등 3가지를 꼽습니다.
우선 배달기사인 쿠팡맨이 3천 명이 넘어가면서 노조 결성 가능성이 있으니 노조 결성이 예상되는 조직을 분리 단절시켜 노조 규모를 작게 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가 설립되면 국회에서 CEO에게 참고인 출석 요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CEO 리스크에 대해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소송이 증가해 수사기관이 CEO 출석을 요구하면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니 회사를 분할해 CEO의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회사 분할의 이유가 'CEO 지키기'로 모이는 모양새인데, 당시 쿠팡의 CEO는 현재의 김범석 의장입니다.
문서는 여러 가지 대안 중 배송조직과 리테일을 분할하는 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문서가 작성되고 3년 뒤 2018년 쿠팡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설립됐습니다.
[한선범/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 : CLS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이 배송 기사들 대부분을 위수탁 (고용)으로 돌리고 이제 일부만 직고용으로 남기고….]
전문가들은 회사 분할 등을 통해 노조 규모를 줄이려 한 것은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하은성/노무사 : 우리 법은 부당노동 행위라고 해서 노조법에서 이 지배 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형사처벌이 될 수 있고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쿠팡 측은 문서 내용에 대한 SBS 질의에 "해임조치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전 임원이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윤형, 영상편집 : 정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