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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극의 한 섬에 사는 황제펭귄 새끼들이 올해 들어 갑자기 70%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체 수가 이렇게 급격히 감소한 건 이례적인 일인데, 그 이유가 뭔지 남극 현장에 있는 연구진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정구희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촬영한 황제펭귄 최대 서식지인 남극 로스해의 쿨먼 섬입니다.
무리 지어 서식하는 황제펭귄은 남극 고유종인데, 검은 등에 노란색 가슴이 특징으로 새끼들은 털이 회색입니다.
어미 황제펭귄은 6월에 산란한 뒤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나갔다가 먹이를 가지고 2~3개월 뒤 돌아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새끼 숫자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지난해는 2만 1천 마리에서 올해는 70%가 줄어 6천700마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서식지 주변에선 새끼들이 대거 죽어 눈 속에 파묻힌 채 발견됐습니다.
남극 현지의 우리 연구진은 새끼들이 먹이를 먹지 못해 굶어 죽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김종우/극지연구소 남극 연구원 : 그 정도 사이즈는 번식 초기라고 판단을 하였는데. (사냥) 교대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펭귄 서식지 앞바다로 길이 14km, 축구장 5천 개 넓이의 거대한 빙산이 떠내려오면서, 바다로 사냥을 나갔던 어미 펭귄들이 새끼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 못한 겁니다.
대형 빙산 위에선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어미 펭귄들의 배설물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김종우/극지연구소 남극 연구원 : 빙산 뒤쪽(바다 쪽)에는 걸어 올라갈 수 있으니까 그걸로 걸어왔다가, 번식지에는 빙산에 23m 높이가 있으니까 길로 내려가지 못하고….]
위성 사진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난센 빙붕에서 빙산이 떨어져 나와 7월 말 펭귄 번식지 입구를 가로막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극지연구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빙붕 붕괴가 황제펭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 사례를 국제기구에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