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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꼬꼬무' N번째 피해자들, "네 잘못이 아니야, 그가 나쁜 거야"···세상을 향한 피해자들의 목소리 '주목'

입력 : 2025.12.19 07:47|수정 : 2025.12.19 07:47


꼬꼬무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N번째 피해자의 목소리'라는 부제로 세상에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어느 날 꼬꼬무 사무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부산 아동 연쇄살인 사건이 방송된 다음 날 범인을 만난 적 있다는 제보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영구 미제 사건의 범인을 보았다는 제보자. 제보자는 자신이 범인으로 유력한 인상착의의 남성과 함께 목격된 아이라며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전화를 걸었다는 윤효정 씨. 50년 전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좁은 골목길에서 자신의 양쪽 어깨를 잡으면서 다른 아이의 이름을 불렀던 범인과 만났다.

윤 씨는 "자기 조카랑 닮았다고 했다. 이것저것 묻더니 근처에 가게가 있냐면서 과자를 사 줄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라며 그를 따라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윤 씨는 "범인은 머리가 짧고 군인 같은 외형이었다. 옷도 허름하지 않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윤 씨는 길을 알려달라는 남성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고 이에 함께 산으로 향했다고 했다. 산으로 향하는 내내 자신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던 범인. 그리고 윤 씨는 점점 무서운 느낌이 들어 집에 가야 한다고 했고, 그러자 범인은 힘드니까 잠깐 앉아서 쉬자고 했다는 것.

이에 방송은 당시 방송에 담지 못했던 다른 생존자들의 증언과 효정 씨의 증언이 겹친다고 했다. 이후 범인은 갑자기 돌변했다. 이에 윤효정 씨는 "갑자기 한 팔로 감싸고 자신의 버지 벨트를 풀었다. 너무 공포스럽고 무서우니까 소리를 지르는데 소리가 안 나왔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후 효정 씨는 범인이 자신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을 때 밀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도망을 쳤다고.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자책했던 것.

이에 윤효정 씨는 오랜 시간 동안 가위눌림에 시달렸고 "세상 속에서 내가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범인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어 살았다고. 그래서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도 못했다. 고향을 떠나 개명까지 해도 괴로운 것은 여전했다.

결국 뒤늦게 자신이 겪는 일에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효정 씨. 그 후 그는 상담도 받고 약도 먹고 기억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 이제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방송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보고 당시 그 나쁜 아저씨의 실체도 알게 되었다는 것.

오랜 시간 범인 때문에 괴로웠던 효정 씨는 꼬꼬무를 보고 위안이 얻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날의 상황이 그랬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게 방송을 보고 명확해졌다. 그리고 당시 사건을 담당한 형사님이 범인을 잡지 못해 미안하다는 모습을 보며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라며 자신도 자신의 힘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한편, 부산 아동 연쇄살인 사건으로부터 47년이 흐른 2022년의 부산에서 또 하나의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낸 진주 씨에게 찾아온 충격적인 사건. 친구와의 약속 후 귀가하던 진주 씨. 진주 씨는 병실에서 한쪽 다리가 마비된 모습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귀가하던 자신을 향해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뒤통수를 돌려차기로 가격해 넘어뜨리고 그 후에도 수차례 머리를 공격했던 것. 사건 당시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진주 씨는 그렇게 충격적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

경찰의 추적으로 도주 3일 만에 검거된 범인, 30살 이준성. 그는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여자 친구 집으로 갔고 여자 친구와 함께 도주했다. 검거된 이 씨는 "며칠 후 생일만 지나고 자수하려고 했다"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분노를 자아냈다.

172cm에 88kg. 경호 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이 씨는 "상대가 먼저 내 기분을 나쁘게 했다. 술이 문제다"라며 폭행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CCTV에 포착된 그의 모습은 그의 진술과는 달랐다. 미행하듯 진주 씨를 쫓는 이 씨는 진주 씨가 어디로 가는지 한참을 쳐다보고 바로 뒤를 쫓았고 조금의 고민도 없이 진주 씨를 공격했던 것.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정신을 잃은 진주 씨를 둘러업고 CCTV 사각지대로 사라졌고 정확히 7분 후 건물을 빠져나갔다. 건물에 들어오며 CCTV까지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 씨. 그러나 그는 "술을 마시면 배를 내밀고 고개를 들고 걷는 습관이 있다"라며 CCTV를 확인한 것이 아나라며 "죽었을까 봐 무서워서 피해자를 숨겼다. 7분 동안 구조 활동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입주민에 의해 발견된 진주 씨의 상태는 그의 주장과는 어딘가 다른 모습이었다. 최초 목격자는 당시 진주 씨의 상태에 대해 "피해자 상의가 올라가서 배가 보이는 상태였다. 바지 버튼이 풀려서 벌어져 있었는데 지퍼가 완전히 내려간 것은 아니었는데 체모가 어느 정도 보였다. 정상적이면 속옷이 먼저 보여야 하는데 속옷이 안 보여서 속옷을 안 입은 줄 알았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벗겨지기 힘든 디자인의 바지를 입었던 진주 씨. 그리고 사라진 진주 씨의 속옷은 뜻밖의 곳에서 발견되었다. 진주 씨와 병원으로 향했던 진주 씨의 언니. 그는 "당시 바지에는 소변이 묻어있고 바지를 벗겼는데 속옷이 없고 정확하게 종아리에 팬티가 걸려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이 씨는 성범죄에 대한 것은 부인했다. 그런데 그의 여자친구 휴대폰으로 검색한 기록 중 자신이 폭행한 상대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검색 기록과 성범죄에 관한 기록이 포착되어 의혹은 더욱 커졌다.

CCTV에 찍힌 폭행만 인정한 이 씨는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진술했다.

누범기간(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후 3년 안에 다시 금고 이상의 죄를 식었을 때 가중 처벌되는 것) 동안 범행을 저지른 이 씨. 그는 2년 전 상해, 특수절도, 사기 등으로 징역 2년을 받아 복역했고 출소 3개월도 안 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30살 이 씨는 당시 전과 18범으로 15세부터 강간, 특수절도, 폭행을 일삼았고 여섯 차례 소년부 송치되며 소년원에서 대부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이후에도 누범 기간에 계속 범행을 저질렀고 이에 범행과 징역, 출소가 반복되며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무려 11년에 달했다.

그렇게 진주 씨는 이 씨의 N번째 피해자가 되었던 것.

검찰은 이 씨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그를 중상해가 아닌 살인미수로 기소했다.

반성의 기미가 없고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역대급 점수가 나온 이 씨에 대해 반드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 이에 검사는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역대급 점수가 나왔다. 강호순과 동순위라고 하더라"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또한 그의 욕구에서 범행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생각한 검사는 성범죄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피해자 속옷으로 DNA 감정을 의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DNA는 검출되지 않았고 이에 성범죄 혐의는 입증할 수 없어 살인미수 혐의로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에 이 씨는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에 선처 호소에 익숙하고 감형 경험도 있던 이 씨. 그에 대해 전문가는 "구차할 정도로 변명하는데 그게 그 사람의 성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기가 어떻게 조금만 노력하면 벌을 덜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놓치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리가 마비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걷게 된 진주 씨. 그는 다시 걷게 된 6월의 어느 날을 다시 태어난 날이라 생각하고 그달의 탄생석 진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런데 진주 씨는 자신의 회복이 이 씨에 대한 감형 이유가 될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범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재판정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자신이 가해를 당했던 당시 CCTV영상을 보게 되었다.

진주 씨는 "영상을 본 순간부터는 무서움이 사라졌다. 내가 생각했던 소설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거의 두 배가 되는 거구의 남자가 날 때리고 날 어디론가 데리고 사라지는데 어디에서도 봤을 때 무섭지 않았다. 되게 없어 보이고 한심해 보였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무서움이 줄어들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가족들의 아픔에 그의 대한 분노가 터져 버리고 말았다고. 진주 씨는 "우리는 아무 잘못을 안 했는데 우리 가족이 이렇게 상처 입고 힘들어해야 하지? 경제적인 부담에 심리적인 부담까지 왜 우리 가족이 이렇게 피해를 봐야 되지? 감히 자기가 뭔데 우리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1심, 징역 12년형이 선고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명령되었다. 이에 검찰과 이 씨 모두 항소했고 2심이 시작되었다.

당시 1심 결과에 충격을 받은 진주 씨는 "내가 차라리 죽었어야 했나 그러면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을까? 결국 내가 살아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까지 가지게 만드는 이 사회가 되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사건을 공론화하기로 결정했다.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긴 글을 올린 진주 씨. 그는 사건부터 1심 판결까지 과정을 세세히 적었다.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진주 씨의 글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이 씨에 대한 제보도 이어졌다.

진주 씨에 대한 보복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 씨 주변인들의 증언. 이 내용이 방송되고 법무부는 이 씨 주변을 조사해 이런 이야기를 한 두 명이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주변 사람들이 외울 정도로 이야기하고 다녔던 것. 결국 독방 금치 30일 조치를 받은 이 씨.

이후 진주 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DNA 재감정을 요청했다. 특히 진주 씨를 응원하는 7만 8천여 명의 탄원서가 모이며 재판부는 증거물에 대한 DNA 재감정을 결정했다. 그리고 진주 씨의 옷에서 이 씨의 DNA가 검출되었고 해당 사건은 강간 살인 미수로 바뀐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해 35년 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 씨의 상고장을 기각하며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진주 씨.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노력으로 범인에 대한 형량이 늘어난 전무후무한 사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시간을 쓰기로 한 진주 씨는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기억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피해자 김혜빈 양을 계속 기억하고 떠올리고 있던 그의 부모님과 만났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로 20살에 세상을 떠난 혜빈 양. 그의 부모님들은 "범죄 피해자들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라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싶다. 혜빈이가 이 세상에 살았었다는 걸 이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는 걸 처음부터 없던 애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혜빈의 1주기부터 혜빈을 추억하는 친구들과 함께 혜빈 양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부모님.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내 옆에 버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존재가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주 씨는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와 사법부를 향해 피해자의 사건 자료 접근성과 복잡한 범죄 피해 지원금 절차, 피해자보다 많아 보이는 가해자의 권리를 지적하며 개선 방향까지 제안했던 것.

그리고 진주 씨의 목소리 덕에 세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사건 정보에 대해 실시간 통지가 진행되게 되었고 범죄 피해 지원금 절차도 수월해졌다. 그리고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또한 범죄 피해 구조금 제도, 긴급 생활 안정비 제도 등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한 지원도 확대되었다. 그리고 법무부는 온라인 피해자 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 시작해 앞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앞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효정 씨. 그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해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아무 잘못도 없어. 그 사람이 너에게 나쁜 짓을 한 거야.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는 것 같지? 그래도 찾아보면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야. 꼭 찾아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해. 네가 살아있는 모든 시간 동안 그 일이 너를 잡아먹지 않게"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 아동 연쇄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전했다. 윤 씨는 "그때 내가 말했더라면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숨어 있어서 미안해. 너무 무서웠어. 그리고 살아있어서 고맙습니다"라고 진심을 전해 큰 울림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진주 씨는 자신은 나쁜 사람에게 피해를 입었지만 좋은 사람들 덕에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혜빈 양의 부모님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라며 "그러니 혼자 울지 마라"라고 피해자들을 향한 당부의 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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