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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책임 피하려 한국 법인 '탈출'…메신저로 '대타' 논의

김혜민 기자

입력 : 2025.12.17 20:09|수정 : 2025.12.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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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범석 의장은 5년 전 한국 쿠팡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한 것이라고 당시 쿠팡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확보한 쿠팡 경영진 사이의 대화를 보면, 결국 이 모든 건 김 의장의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납니다.

이어서 김혜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해 10월 칠곡물류센터에서 노동자 장덕준 씨가 숨진 지 두 달 만이었습니다.

6개월 뒤 김 의장은 한국 법인의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마저 사임했습니다.

쿠팡은 김 의장이 글로벌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적 책임에서 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기 1년여 전인 2018년 10월 당시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와 최고행정책임자가 나눈 문자입니다.

최고행정책임자는 노동부의 직원이 '쿠팡 딜리버리맨', 즉 쿠팡 배달기사 이슈에 대해 김범석 대표에게 질문할 예정이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해결책은 김범석을 창업자와 LLC의 CEO로 임명하고 다른 사람을 CEO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LLC는 쿠팡 미국 본사Inc의 이전 이름입니다.

최고행정책임자는 이어 "같이 골프를 친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의 한 사람이 유력한 후보다"라며 '강한승'이란 이름을 언급합니다.

실제로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김앤장 소속 쿠팡 자문 변호사였던 강한승 씨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한국 쿠팡 이사회의 의장 자리도 맡은 강 대표는 지난 6월 미국 본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2020년 당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해서 한국 쿠팡에 관련된 지위를 내려놓는 아주 교묘한 수법을 쓴 것으로 생각이….]

쿠팡이 김 의장의 한국 대표 사임 몇 달 전부터 이를 준비해 온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2020년 4월 쿠팡 임직원이 주고받은 메일에선 "사내 메일 조직도에서 김범석을 지우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며 "숨기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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