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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포베이비 잔혹극…부모 살해한 할리우드 금수저에 최대 사형

유덕기 기자

입력 : 2025.12.17 17:35|수정 : 2025.12.17 17:35


▲ 2025년 12월 16일 항공사진으로 촬영된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의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 자택의 모습.

미국 영화계에서 3대째 금수저 지위를 누려온 닉 라이너(32)가 함께 살던 양친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의 여파가 미국 사회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이너는 유명 영화감독인 아버지 롭 라이너(78)와 사진작가 겸 프로듀서인 어머니 미셸 싱어 라이너(68)를 숨지게 한 혐의로 14일(현지시간) 경찰에 구속됐으며, 법정 출두가 가능하다는 의사의 판단이 내려질 경우 법정에 세워져 기소될 예정입니다.

네이선 호크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지방검사장(DA)은 현지시간으로 어제(16일) 라이너를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적용될 혐의는 1급 살인 2건이고 다중 살인과 흉기 사용 등 가중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 닉 라이너의 변호인은 법정 출두를 위해 "절차적"인 판단이 진행되고 있다며 17일에 법정 출두가 가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너는 사형 혹은 가석방 불가 종신형 등 법정 최고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습니다.

미국 언론매체들이 전한 목격담에 따르면 닉은 부모와 함께 13일 밤 유명 TV 쇼 진행자인 코난 오브라이언의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을 때 거친 언행으로 부모와 심한 다툼을 벌였습니다.

이들의 다툼으로 참석자들이 겁에 질리고 파티 분위기는 엉망이었다고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연예전문매체 TMZ에 따르면 롭과 미셸의 시신은 다음날인 14일 오후 로스앤젤레스 서부의 고급 주택가인 브렌트우드 지역의 자택에서 이들의 딸인 로미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당시 한 마사지 치료사가 방문 예약 시간에 맞춰 라이너 부부의 집에 갔으나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로미에게 연락했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 피살 현장을 발견한 로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닉을 용의자로 체포했습니다.

라이너 부부는 14일 밤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 부인인 미셸 오바마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잡아둔 상태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영화 각본 작가인 닉 라이너는 부모가 할리우드의 유력 인사인 '네포 베이비'(nepo baby)로 꼽힙니다.

'네포 베이비'는 한국의 '금수저'와 비슷한 말로, 부모의 인맥이나 재력 등을 바탕으로 남들보다 쉽게 기회나 자리를 얻는 자녀를 가리킵니다.

닉 라이너는 헤로인 등 마약중독으로 15세 때부터 재활센터를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22세 때인 2015년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재활센터에서 만난 맷 엘리소폰과 함께 공동 집필했습니다.

닉의 아버지인 롭 라이너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2015년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공개됐으며 이듬해에는 미국에서 일반 개봉도 했습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영화평론 담당 기자 카일 스미스는 '롭 라이너와 네포 베이비의 역경'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 영화의 제작 경위와 내용을 소개하면서 롭과 닉 부자 사이의 관계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미스 기자는 롭 역시 배우·각본가·감독으로 유명했던 칼 라이너(1922-2020)의 아들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만 롭은 기회를 얻고 나서도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입장이었고 그렇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롭 라이너는 아버지와 함께 작업했던 배우·감독 등의 도움으로 14살 때부터 영화 출연 기회를 얻는 등 젊은 시절에 영화계에 쉽게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라이너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어 퓨 굿 맨', '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 등 히트작으로 유명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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