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인문계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문과 전문직 3대장' 으로 불리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청년들마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매년 꾸준히 배출된 합격자 수가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신입이 맡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9월 회계사 시험 합격자 1천 2백명 가운데 10월 말까지 수습 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전체의 40%에 달하는 443명입니다.
군 입대자, 복학해 구직하지 않은 인원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위원회는 실무 수습 규제 완화, 기관 확대 등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한 때 '문과' 자격증의 '끝판왕'이라고 불렸던 변호사 자격증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1천 7백 44명 가운데 대형 로펌에 취업하거나, 신임 검사, 법원 재판연구원으로 임용된 비율은 2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천 2백 51명은 중소형 로펌이나 기업 법무팀을 택하는데, 이것도 경쟁이 치열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연수를 받으며 취업 준비를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수습기간이 6개월로 비교적 짧은 세무사들도 세무법인이나 세무사무소에서 수습 자리를 얻지 못해 공공기관인 세무서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취업난이 심해진 이유에 대해 변호사 업계의 경우 그동안 신입들이 했던 소장 초안 작성이나 법리 검토, 판례 찾기를 모두 AI가 대신 해주고 있어 수요가 줄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계 업계에서도 4대 회계법인이 회계와 정산 자료 대조를 수행하는 데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신입 일자리가 축소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필요 인력이 갈수록 주는 만큼 업계에선 합격자 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여전히 3대 전문직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2024년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1차 시험 지원자 수가 2023년보다 모두 크게 늘었는데, 업무 현장에 AI가 공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취재: 김민정, 영상편집: 최강산, 제작: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