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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의 은퇴와 음모론이 작동하는 방식 [스프]

입력 : 2025.12.18 09:01|수정 : 2025.12.18 09:01

[주즐레]


주즐레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배우 조진웅(49)이 은퇴했다. 적어도 상업 작품의 세계에서, 더 이상 그를 배우로 소비할 일은 없다는 의미다. 그의 퇴장은 지난 12월 5일,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미성년 시절의 중범죄 이력을 보도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고,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지 29년 만의 일이었다.

과거 이력이 공론화되자 연예계는 순식간에 요동쳤다. 소속사는 성폭력 의혹은 부인했지만, 미성년 시절의 잘못과 성인이 된 이후에도 미흡했던 판단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결국 조진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배우로서 쌓아온 명성과 기회,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해 온 이익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이었다. 위약금 100억 원대 소송 가능성 역시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일부가 됐다.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은 '책임'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조진웅은 자신의 결정을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표현했다. 언론을 통해 제기된 사안을 부인하지 않고 인정하겠다는 뜻이었다.

조진웅이 그동안 다져온 경력과 앞으로 기대되던 이익까지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는데도,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조진웅의 은퇴를 둘러싼 질문은 빠르게 본질에서 벗어났다.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과 유튜브, SNS까지 가세하면서 사안은 '한 배우의 은퇴'가 아니라 '각 진영이 원하는 논리의 대결'이 됐다는 점은 씁쓸했다.

누군가는 "소년범을 30년이 지나서까지 단죄할 수 있느냐"고 묻고, 또 누군가는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했느냐"고 되물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떠오르고, "언론이 조진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식의 공격이 붙었다. 한마디로 '무언가 거대한 것을 덮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익숙한 장면이다. '연예 이슈가 정치 이슈를 덮는다'는 판에 박힌 불신, 연예뉴스에 대한 해묵은 불신이다. 그러나 이런 불신은 사실처럼 유통되기 쉬운 만큼 검증돼야 한다.

2019년 박효정(광운대 박사과정)·정일권(광운대 교수)의 연구는 '연예 이슈가 정치 이슈를 덮는다'는 통념을 데이터로 검증했다. 포털의 정치·연예 뉴스 페이지뷰(PV)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모바일 환경에서는 연예 뉴스 소비가 정치 뉴스 소비를 감소시키는 뚜렷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고, 모바일이 아닌 PC 환경에서는 오히려 정치 뉴스 소비가 일시적으로 함께 증가하는 '게이트웨이 효과' 가능성도 나타났다. '연예가 정치를 덮는다'는 명제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조진웅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인상 깊은 장면들이 포착됐다. 어떤 사람은 학교폭력에는 분노하면서도 조진웅은 옹호했다. 어떤 사람은 조진웅은 비난하면서도 특정 정치인의 더 중대한 위법에는 침묵하거나 감쌌다. 결국 판단의 기준이 '진실'이 아니라 '내 편'인지 '상대 편'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같은 범주에서 동일하게 작동해야 할 윤리적 잣대가, 사안과 인물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된 것은 아닐지 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가장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됐다. 범죄 전력의 공익성, 공적 인물의 책임, 사회적 파장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보도한 기자의 신상에 대한 공격과 재가공된 정보들이 음모론에 가까운 형태로 쏟아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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