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힌 국민의힘이 노선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친한계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로 외연 확장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당원 게시판 사건' 조사와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어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와 가까운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중징계하라고 당 윤리위원회에 권고하자, 김 전 최고위원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싸움의 향배에 따라 장동혁 대표 체제가 흔들릴지, 아니면 불꽃을 진화하고 당권을 공고히 할지 이목이 쏠립니다.
"'당원권 정지'로 겁박 마라"...당무감사위 질문들 SNS에 공개
당무감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 권고 처분을 받은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어젯밤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당원권 정지로 겁박하면 겁에 질려 입을 다물 거라고 착각하지는 마시기 바란다'며 어제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리위원회가 당무감사위의 징계 권고를 수용할 경우 곧바로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중징계 권고 결정을 내린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직격했습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SNS 中
"국민대학교 교수 이호선은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한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사람은 당무감사위원장은 물론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도 없어 보인다. 이호선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 이씨를 임명한 장동혁 대표는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시기 바란다."
오늘 아침 김 전 최고위원은 당무감사위로부터 받은 질문과 자신의 답변도 SNS에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그가 받은 질문은 "국민의힘의 당 운영을 '파시즘'에 비유한 것이 당헌 전문의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신 및 윤리규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의 주요 정당인 국민의힘을 북한 노동당에 비유하는 것이 당의 명예와 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질문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손에다 왕(王)자 쓰고 나온 분 아닙니까?'라고 발언한 데 대해 당무감사위가 "특정인의 종교적 행위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문제삼거나, '속옷을 입고 성경을 읽고 있었다..회개부터 시작하셔야죠.'라고 한 말은 "전직 대통령의 종교적 행위를 희화화"한 것으로 규정한 부분 등입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은 "답변서를 쓰면서 국민의힘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가슴이 답답했다. 솔직히 질문의 수준이 이게 뭔가?"라고 한탄했습니다.

징계 권고에 앞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당원 게시판 사건 조사에 반발하는 친한계를 향해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구약 성경 출애굽기 한 구절을 올렸습니다. "소가 본래 (들이)받는 버릇이 있고, 임자(주인)가 그로 말미암아 경고까지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아 사람을 받아 죽인다면, 그 소는 돌로 쳐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지난해 한 전 대표 가족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당원 게시판에 올렸다는 의혹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글이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 블로그 中
"위험성이 드러났음에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재난입니다..우리가 소유·관리하는 것들 중에 '받는 버릇'을 가진 것은 없는가..그런데도 단속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
(들이받는) 소 = 친한계? 돌 = 중징계?...성경 해석과 차이
'(들이받는) 소를 돌로 쳐 죽일 것'이라는, 근래에 들어보지 못한 끔찍한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필자는 성경을 인용한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검색도구를 활용해 종교계에서는 출애굽기 21장 28절과 29절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이 구절을 고대 이스라엘의 법률체계와 관련짓습니다. 모세 율법의 한 부분으로 공동체의 질서와 정의를 유지하기 위한 법적 판례, 책임과 처벌의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사람이 소에 들이받쳐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 소도 죽여야 하고, 그 임자(주인)도 관리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과거 유대교에서는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공동체 안전과 책임의 체계로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 학자들은 이 구절을 응징이나 처벌의 기준을 명시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지극히 중요하므로 그를 해친 동물에 대한 처분과 연관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현대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생명 존중과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이 구절이 단순한 폭력이나 응징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소를 돌로 쳐 죽이라'는 폭력적 명령이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과 책임 있는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구절이라는 겁니다.
신학적 전통과 종파에 따라 출애굽기 해석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해당 구절을 '일탈적 행동에 대한 응징과 그 책임' 정도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들이받는) 소 = 친한계 등 반대파', '돌 = 중징계 등 제재수단', '임자(주인) = 당권을 쥔 중심세력'으로 규정하고, 스스로 '일전불사'의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입니다. 당의 방침을 거스르는 자(소)는 돌(중징계)로 다스리고, 이를 방관하는 사람(임자)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인 셈입니다.
장동혁 "밖의 적 50명보다 내부 적 1명이 무서워"...노선 갈등 심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를 시작으로 이호선 위원장의 강경 방침에 반발과 저항이 시작됐습니다. 한지아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고, 고동진 의원은 "비판의 목소리를 징계로 답하는 것은 통합이 아닌, 분열을 키우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