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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유동성 압박받는 홈플러스…연말 '회생' 분수령

홍영재 기자

입력 : 2025.12.14 09:48|수정 : 2025.12.14 09:48


▲ 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정상화가 잇단 매각 실패와 유동성 악화까지 겹치면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1차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자 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오는 29일로 재연장했습니다.

홈플러스 정상화 여부는 이번 달 분수령을 맞게 된 셈입니다.

이 시한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파산과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 경우 협력사와 입점상인, 직원, 지방자치단체 등 전체 공급망으로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입점 업주에 대한 대금 정산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로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 대규모 고용과 지역 유통망을 책임지는 사회적 인프라 성격을 가진 만큼 사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해당 기업의 자산과 수익으로 상환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부채 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의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고정 비용과 부채 상환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 데 대한 지적입니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사고팔면서 동원하는 차입매수 전략은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홈플러스 경영에서는 MBK의 역량과 책임 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차입 경영을 지속해 온 사모펀드의 책임 문제가 있다"며 "여기에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등의 경영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영진이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 등으로 재정상의 부담을 줄이려 시도했으나, 단기적 효과를 거뒀을 뿐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체질을 개선하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것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인수자를 찾기 위해 우선협상자를 선(先) 지정 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시작했다가, 적합한 기업을 찾지 못해 공개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렇게 공개경쟁 방식으로 전환한 후에도 본입찰 참여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 구조조정 비용 부담 ▲ 대형마트 업황 부진 ▲ 채권자·노조·입점 업주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일 현금 흐름이 악화하자 폐점을 보류해온 15개 점포 중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의 영업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9일 공개한 '2025년 대형마트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를 주거래처로 둔 중소기업의 41.6%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같이 기업 회생 절차가 지연되면서 입점 업주와 협력사 등에 대한 대금 정산이 지연되고, 신뢰도가 하락하는 동시에 공급망 불안까지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추가 제안 접수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통화에서 "회생 기한이 길어지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인수 기업이 나와 정상화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오는 29일 전에 인수자가 나타나면 법원이 매각 절차의 연장과 회생 계획서 제출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홈플러스의 현실적인 회생 방안이 인수·합병이라는 데 시장의 대체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인 MBK가 경영부실을 초래한 데 대한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던 홈플러스 노조를 만나 "정부와 협력해 홈플러스를 반드시 정상화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적 개입 가능성도 나오지만, 정부가 사모펀드나 기업의 경영 실패를 세금으로 직접 떠안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합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농협의 인수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농협의 농산물과 유통망 결합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논립니다.

그러나 농협은 자체 적자가 수백억 원이 발생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위기 속에서 인수 검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이 역시 현실화를 전망하기는 어렵습니다.

업계 안팎에선 홈플러스 정상화는 '정상 매각'을 전제로 논의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주주의 책임 부담과 함께 인수 비용 인하와 점포 수의 축소, 채무조정, 분할 매각이나 청산 등의 구조조정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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