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가 현지시간 13일, 미국의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정치범과 외국인 123명을 사면·석방했습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합의와 그의 요청에 따라 국가 원수는 간첩, 테러, 극단주의 활동 등 각종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123명의 여러 국가 국민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사면이 "바이든 미 행정부가 벨라루스의 칼륨 산업에 부과한 불법 제재 및 기타 불법 제재 해제 절차의 실질적 이행과 관련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다른 국가 원수들의 요청에 따라, 그리고 인도주의적 원칙과 보편적 인간·가족 가치에 기반한 것"이라며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에 긍정적 동력을 가속화하고 유럽 지역 전체의 상황 안정화를 위한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면 대상자 가운데엔 영국, 미국,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호주, 일본 국적자가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리투아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면 대상자 중엔 2022년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권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포함됐습니다.
비알리아츠키는 벨라루스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1996년 '뱌스나'라는 단체를 창립해 투옥된 반체제 인사들과 그들의 가족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는 한편 정권의 억압에 맞서왔습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에 계좌를 개설해 수감된 정치범들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2011년 11월 4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년 반 만에 돌연 석방됐습니다.
루카셴코의 6연임으로 이어진 2020년 대선 직후 부정선거에 항의하면서 이에 불복하는 야권의 시위가 불붙자 벨라루스 정부는 2021년 7월부터 비알리아츠키를 다시 감옥에 가뒀습니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 빅토르 바바리코 등도 이번에 풀려나게 됐습니다.
바바리코는 2020년 벨라루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체포, 중형을 선고받은 야권 인사입니다.
콜레스니코바도 이때 바바리코 캠프에 합류했으며, 대선 이후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상징적인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된 일본인 나가니시 마사토시는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군사 및 민간 시설을 촬영하고 일본 정보기관에 전달했다는 간첩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습니다.
비알리아츠키를 비롯해 9명은 리투아니아에 도착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비알리아츠키는 벨라루스 야권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민권과 정치범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며 "노벨상은 우리의 활동과 아직 실현되지 않은 열망을 인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투쟁은 계속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머지 114명은 일단 우크라이나로 보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성명에서 "이들은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은 후 희망하는 벨라루스 시민은 폴란드나 리투아니아로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994년부터 집권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면서 수만 명의 시위대를 구금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