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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사이트] "이제 당신은 필요 없다" AI 대재앙…"매달 70만 원 뿌릴게" '미친 실험'

박서경 기자

입력 : 2025.12.14 13:43|수정 : 2025.12.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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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미국에서는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회사에서 공지 띄우는 속도보다 빠르다, 이런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아마존은 미국 창고 직원 60만 명 업무를 로봇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2030년대 초까지 아예 시점까지 제시했습니다. 메타, 월마트, 유튜브 이런 대기업들도 AI 도입 전후로 수만 명 단위 감축을 이미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만으로 미국 일자리 11.7%가 AI로 대체 가능하다, 2030년이면 전체의 40%가 자동화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전망입니다. 산업 하나가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가 재편되는 규모인데요. 먼 얘기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동료, 여러분의 일자리가 지금 이 순간 해고 대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선 이런 시나리오까지 나옵니다. AI가 한국 취업자 일자리 최대 74%를 대체할 수 있다, 초기 충격은 청년, 여성, 사무직, 판매직 이후에는 제조, 전문직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더 중요한 건 AI가 새로 만드는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일 거란 분석입니다. 우리나라 8대 전문직인 회계사, 이 직업조차 이미 흔들리고 있습니다. 업황 침체에 AI 자동 감사 도입이 겹쳐 신입 회계사 채용이 급감했는데요. 올해 합격자 1천200명 중 수습 배정자는 338명, 단 26%에 불과해 청년 회계사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도 벌였습니다. 죽도록 공부했는데 자격증을 따도 갈 데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해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 '기본 소득' 구상입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10~20년 안에 일은 선택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AI가 생산을 하고 초과 이익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된다는 거죠.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AI가 만든 가치를 모든 사람이 나눠 가져야 한다며 아예 AI 토큰을 전 세계 시민에게 지급하는 모델을 언급했습니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도 미국 성인 전체에게 월 1천 달러 기본 소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겁니다.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앤드루 양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AI 기업에 과세하자는 겁니다.

  [앤드루 양/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CNN 인터뷰) :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정부가 우리 같은 AI 기업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AI세나 컴퓨팅세를 도입하면 재원이 아주 빠르게, 큰 규모로 마련될 겁니다.]

  실제 미국 일리노이주 쿡카운티는 2026년 예산에 750만 달러 규모 기본 소득을 정식 항목으로 넣었습니다. 3천200가구에게 매달 500달러씩 2년 동안 주는 시험 사업을 먼저 해봤는데 결과가 꽤 뚜렷했습니다.

긴급 지출 해결이나 재정적 안정감 증가 그리고 정신건강 개선 등 안전망 효과가 확인된 겁니다. 돈 주면 일 안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일자리 포기 현상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정규직 취업률, 즉 일자리의 질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AI로 인해 전 세계 GDP가 7~14%까지 오를 수 있다, 경제적 파이 자체가 커질 거란 연구들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거셉니다. MIT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단칼에 기본 소득을 '정치적 판타지'라고 규정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AI 정책을 맡았던 데이비드 색스는 테크 기업들이 일자리 축소로 욕 먹기 싫으니까 돈을 나눠주겠다고 하는 거라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AI 붐 이익은 거의 빅테크 몇 곳에만 집중되어 있고 대부분 기업은 오히려 이익 전망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소수 기업의 이익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고 한다는 건 당연히 쉽지 않겠죠. 결정적으로 완전 자동화 시점도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AI 기술은 싸지지만 로봇은 지금도 여전히 비싸고 느립니다. 범용 로봇은 20년 안에 대량 상용화되긴 어렵다는 회의론도 존재합니다. 예일대에선 챗GPT 이후 노동 시장의 급격한 교란은 관찰되지 않았다, 기술의 파급을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AI가 정말 모두를 부자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그 부가 생긴다고 해도 누가 돈을 갖고, 어떻게 나누고, 또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자칫하다간 부자들은 프리미엄 인간 서비스를 소비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AI 서비스만 쓰게 되는 AI 양극화 사회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말 일 안 하는 사회를 원할까.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 윤리, 사회 구조의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AI가 바꿀 미래는 새로운 복지 시대가 될 수도 있고 극소수만 더 부자가 되는 시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사실 AI 성능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규칙을 만들고 어떤 사회를 선택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취재 : 박서경,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채지원,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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