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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입니다. 오늘은 중국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프랑스 법원에서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 쉬인 사이트를 닫을지 말지 결정하는 심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쉬인은 올 한 해만 프랑스 정부한테 과징금 큰 거 두 방을 맞았습니다. 하나는 580억 원, 다른 하나는 2200억 원짜리입니다. 합치면 이 3천억 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이미 두들겨 맞았는데 이번엔 아예 사이트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쉬인 사이트에서 성인용 아동 인형이 판매되도록 했다는 겁니다. 프랑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요 담당 부서는 곧바로 사이트 폐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폐쇄 결정까지 할 일이냐 싶은데 요즘 쉬인은 프랑스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습니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 패션의 도시 파리 사람들이 쉬인에 긁혔습니다. 쉬인이 지난달에 세계 최초로 오프라인 상설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파리였습니다. 그것도 파리 심장부, 파리 시청사 잎 바로 옆에 있는 유서 깊은 BHV 백화점에 오픈했습니다. 오픈한 날 제가 현장에 가봤는데 그야말로 진풍경이었습니다. 백화점 바로 앞에는 오픈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수백 미터 서 있었고요. 바로 반대편에는 쉬인 입점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성인용 아동 인형 판매 사건이 터진 직후라서 이 쉬인 반대 목소리가 훨씬 더 컸습니다.
[쟌/파리 시민 : BHV 백화점은 진정한 프랑스 명품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쉬인을 그 자리에 두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쉬인은 명품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뜩이나 이 쉬인 온라인 판매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라고 열받아 있던 이 프랑스 상인들은 '이때다' 하고 연합회 차원에서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쉬인을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쉬인만 그런 게 아닙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모든 소액소포에 세금을 물리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150유로 미만이면 관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내년부터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소포 한 개당 5유로를 물립니다. 그럼 프랑스만 그러냐? 아닙니다. EU도 2028년부터 이 소액소포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가 혼자 먼저 치고 나간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테무, 알리바바, 쉬인 때문에 '아 시장 다 뺏긴다' 이러고 있는데, 또 대륙의 거인 징동닷컴이 유럽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이 징동닷컴이 프랑스의 fnac darty라는 회사 지분을 인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fnac darty는 우리로 치면 하이마트와 교보문고를 합쳐놓은 회사입니다. 전자제품도 팔고 책도 파는 그런 회사인데 fnac darty는 프랑스에서 최대 규모의 유통회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징동닷컴이 fnac darty를 인수하게 되면 유럽의 확실한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징동닷컴이 지분 22%를 인수하고 2대 주주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때, 프랑스 정부가 제재를 걸었습니다. fnac darty의 고객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있다라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도 민간회사인 fnac darty 정보 때문에 완전히 인수를 막는다라는 명분이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인수를 완전히 막지는 않고 다만 경영권을 확보하는 수준까지 지분 인수는 하지 마라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징동닷컴은 좀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 조건 다 받고 2대 주주가 됐습니다. 지난달 네덜란드에서는 더한 일도 있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를 만드는 넥스페리아라는 회사가 있는데, 네덜란드 정부가 긴급권을 발동을 해서 이 회사 경영권을 장악해버렸습니다. 거의 전쟁 때나 일어날 법한 일인데, 이 회사 대주주는 바로 중국 회사입니다. 네덜란드 정부가 이렇게 한 이유는 국가 전략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라는 거였습니다. 중국 회사는 이 회사의 지분 100%를 싹 다 갖고 있는데, 네덜란드 법원이 그 결정을 받아줬습니다. 그리고 이미 통신 인프라 시장은 미국처럼 화웨이를 배제하고 낮이 익은 회사죠, 노키아 같은 유럽 기업 제품을 쓰도록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 그럼 왜 이렇게 유럽이 탈중국을 하려고 할까요? 지금 유럽이 수입하는 제품 5개 중 1개는 중국에서 온 것들입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된 제품은 총 5200억 유로입니다. 지금 환율로 치면 884조 원입니다. 유럽이 중국으로 수출한 건 2133억 유로 그래서 3천억 유로 520조 원이 적자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중국산 싼 제품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무역 적자 규모가 그야말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제조라인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유럽 회사들이 옮긴 것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 제품을 유럽 사람들이 많이 쓰다 보니까 유럽 회사들이 남아날 리가 없습니다. 지난해 유럽 내 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EU가 새로운 정책을 또 하나 발표했습니다 상품뿐만 아니라 희토류 같은 원자재도 너무 중국 의존도가 심하다고 3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5조 원이 넘는 돈인데 이 돈을 그동안 환경오염시킨다고 중국에 위탁했던 제련 광물 채굴 사업 같은 데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유럽이 이렇게 원자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러시아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 러시아가 갑자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도 하고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협박을 당해보니까 '아 이대로 중국 저가 제품에 기대서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라는 생각이 더 커졌던 겁니다. 그럼 이렇게 유럽 국가들이 하려고 하는 탈중국화, 중국 의존 완화는 과연 성공할까요? 실제로 2022년보다 대중국 무역 규모는 줄었습니다. 무역 적자도 줄었습니다. 무역 적자가 문제이긴 하지만 중국이 매년 350조 원어치 사들이는 유럽 물건, 유럽이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원자재부터 최종 완제품까지 중국 의존도가 이미 너무 높게 와버려서 빠른 시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립정책을 추진하기엔 유럽은 이젠 여윳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취재 : 권영인 / 구성 : 신희숙 / 영상편집 : 이혜림 / 디자인 : 이수민 /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