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에서 누가 5만 원권을 뿌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바닥에 5만 원이 있길래 엥? 하고 보니깐 차도에 5만 원권이 엄청났음. 헐하고 보니깐 전체가 다 5만 원권이었음. 뭐에 홀린 듯 차도에 들어가서 막 주웠음. 차들도 다 멈춰서 기다려줬음."
지난 2일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글입니다.
사람들이 5만 원권을 줍는 모습, 길바닥에 5만 원권이 뒹구는 상황, 경찰이 이를 회수하는 모습 등 '사건 현장' 사진 10장과 함께 올라온 이 글은 업로드 이틀 만에 조회수 300만여 회, 댓글 570여 개를 모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경찰 확인 결과, 이는 지난 2일 중구 을지로 4가 부근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입니다.
다만, 게시글과 달리 누군가 현금을 버스에서 뿌린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이가 실수로 돈을 흘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3일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시민이 주머니에 있던 다량의 현금을 흘린 사건"이라며 "1천만 원이 넘는 돈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시민은) 일적으로 필요해 소지하던 돈이라고 밝혔고, 범죄 혐의점은 없어 귀가 조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거액의 돈을 '흘리는' 일은 종종 발생합니다.
2016년 2월 청주의 한 아파트 주민 A 씨가 베란다에서 카펫을 털다가 650만 원을 실수로 떨어트려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이 떨어진 돈 중 580만 원을 주워 A 씨에게 돌려줬으나, 70만 원은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또 2020년 10월에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B 씨가 홧김에 5만 원권 120장(600만 원)을 고층에서 창밖으로 던지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늘에서 5만 원권 지폐가 흩날려 떨어지는 광경을 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관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대부분의 돈을 회수해 B 씨에게 돌려줬습니다.
타인이 실수로 잃어버린 돈, 혹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은 돈을 가져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구민혜 법률사무소 비상 대표변호사는 4일 "흘린 돈은 여전히 주인의 점유 아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형법 제360조에 따르면, 유실물·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합니다.
해외에서도 땅에 떨어진 돈을 함부로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2021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현금 수송 트럭의 문이 열려 돈다발이 쏟아지자, 운전자들이 차를 멈추고 돈을 주워 고속도로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고속도로 순찰대(CHP)는 현금을 가져간 사람들에게 48시간 이내 반환을 경고하며, 돌려주지 않을 경우 절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벼락 상황은 한 사회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라며 "길에 떨어진 돈을 신고해 인계하면 사회적 신뢰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짚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돈을 일부러 버린 경우는 어떨까?
실제로 2016년 3월 서울광장에서는 여성 C 씨가 2천200만 원 상당의 지폐를 뿌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서울광장 일대가 순간 1천 원·5천 원·1만 원짜리 지폐 수백 장으로 뒤덮였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이 광경을 쳐다봤지만 선뜻 돈을 주워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서울광장을 경비하던 경찰이 달려와 돈을 봉투에 주워 담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처벌받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한몫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C 씨처럼 "돈을 아무나 가져가라고 뿌린 것"이라면 돈의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한 상황이어서 뿌린 돈을 가져가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진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C 씨가 얼마 뒤 마음을 바꿔 돈의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본진 법무법인 더킴로펌 대표변호사는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한 순간 그 권리는 상실되기 때문에 그 돈을 가져가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주인은 이후에 다시 권리를 주장하거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8년 홍콩에서는 한 가상화폐 사업가가 홍보 목적으로 빌딩 옥상에서 돈을 뿌렸다가 공공질서 문란 행위로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돈을 뿌린 행위에 공공질서 해칠 의도가 있었다면 처벌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오현 변호사는 "도로에 돈을 뿌린 행위를 통해 도로 혼잡을 의도했다면 교통 방해나 경범죄 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인스타그램 이용자 'kiki39n' 게시글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