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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살림 더 팍팍…월급보다 세금 더 빠르게 올라

한지연 기자

입력 : 2025.12.05 09:03|수정 : 2025.12.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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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월급보다 세금이 더 빠르게 오른다는 통계가 하나 나왔다면서요?

<기자>

생활비와 세금의 상승 속도가 월급 상승 속도를 앞지르게 되면서 실제로는 생활이 더 팍팍하게 된 겁니다.

최근 5년을 보면 근로자 월급은 352만 7천 원에서 415만 4천 원으로 연평균 3.3% 올랐습니다.

문제는 그사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44만 8천 원에서 59만 6천 원으로 연평균 5.9% 증가했다는 점인데요.

이에 따라 임금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에서 14.3%로 커졌습니다.

특히 근로소득세는 13만 원대에서 20만 원대로 연평균 9.3%나 오르면서 월급 인상 속도를 훨씬 앞질렀습니다.

여기에 필수 생계비 물가도 최근 5년간 연평균 3.9% 올랐습니다.

수도·광열이 6.1%, 식료품·비주류 음료가 4.8%, 외식 4.4% 등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들이 월급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고요.

소분류로 들어가면 전기·가스·연료 같은 에너지 항목은 7~10%대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월급의 월평균 실수령액은 연평균 2.9% 증가에 그쳤는데요.

직장인들 사이에서 "월급은 올랐는데 왜 지갑은 더 얇아지느냐" 이런 하소연이 나올만합니다.

<앵커>

이게 피부로 느껴지는 건 훨씬 심할 텐데, 그러면 왜 이렇게 세금만 빨리 오르는 건가요?

<기자>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이 물가 반영이 안 돼서 그런 건데요.

그래서 월급이 조금만 올라도 상위 세율이 적용되는 이런 구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세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서 세율이 달라지는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서 어느 구간까지는 6%, 그 위는 15%, 또 더 위는 24% 이렇게 단계별로 세율이 올라갑니다.

문제는 이 '세율이 달라지는 구간'이 물가에 맞춰 자동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과표구간이 20년 가까이 사실상 거의 조정되지 않아서, 물가는 오르고 월급도 조금씩 오르는데 세율 구간만 그대로 멈춰 있는 구조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급이 물가만큼 올라서, 실제로는 소득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세법은 이걸 그대로 소득 증가로 판단해서 더 높은 세율 구간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정책 변화가 없어도 직장인들은 자연스럽게 세금이 더 많이 빠져나가는 효과가 생기는 건데요.

이걸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세율이 더 높은 구간으로 밀려 올라가는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내 월급이 물가만큼 조금 올랐는데 세금은 '소득 늘었네?' 하고 한 단계 위 세율을 적용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과표구간을 물가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물가 때문에 월급이 올랐을 뿐인데 불필요하게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왜곡된 증세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전망까지 안 좋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죠?

<기자>

지금 보시는 게 해외 투자은행들의 내년 물가 전망치인데요.

보시면 10월 말보다 11월 말이 전반적으로 다 높아진 모습입니다.

평균 전망치를 살펴보면, 주요 해외 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10월 말 1.8%에서 11월 말 1.9%로 0.1%포인트 올라갔습니다.

이런 조정의 배경에는 1천400원대 중후반을 유지하는 고환율이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석유류·곡물·수입 농축수산물 같은 원자재 가격이 먼저 오르게 되고, 이게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외식 같은 생활물가에 반영됩니다.

한국은행도 이번 전망을 반영해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각각 2.1%로 상향했습니다.

11월 소비자물가도 전년보다 2.4% 상승하며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생활물가 부담은 쉽게 꺾이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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