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헝가리 정부가 2027년부터 회원국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금지한다는 유럽연합(EU)을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이 강제적 조치가 최종 형태로 표결되는 즉시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며 이미 법률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야르토 장관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금지 조치가 발효되면 헝가리 가정의 에너지 요금이 최소 3배 오르고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다며 "에너지 정책은 전적으로 회원국 권한이라는 EU 창설조약에 전적으로 반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무역정책으로 가장했다며 EU가 수입금지 조치를 만장일치 아닌 가중다수결로 채택하기로 한 것도 '법적 사기'라고 주장했습니다.
EU 규정상 외교·안보 문제와 새 회원국 승인 등 민감한 사안은 만장일치로 결정합니다.
나머지 일반적인 입법·정책 등은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 찬성하고 이들 국가 인구가 EU 전체의 65% 이상이면 통과됩니다.
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3일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는 2027년 1월부터, 파이프라인 가스는 같은해 9월부터 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공식 채택되려면 회원국 에너지 장관 회의와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각각 표결을 거쳐야 합니다.
EU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돈줄을 끊겠다며 유가 상한제 등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하고 미국과 노르웨이 등지로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했습니다.
덕분에 EU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전쟁 직전 45%에서 올해 상반기 13%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헝가리는 지난해 기준 가스의 74%, 석유는 86%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습니다.
친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정부가 EU의 러시아 제재에 부정적인 데다 내륙국이라서 해상운송에 제약을 받는 탓도 있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제재와 관련해 1년간 예외를 약속받았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찾아가 에너지 수입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헝가리 원유 수요의 60% 이상을 공급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폭격해 헝가리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