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전공의 전용공간
감사원은 오늘(27일) 발표한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증원 규모를 '연간 2천 명'으로 설정한 것에 대한 조사 결과도 공개했습니다.
감사에 따르면 우선 '2천 명'이라는 숫자를 처음 언급한 것은 이관섭 전 정책실장(당시 국정기획수석)이었다고 합니다.
2023년 6월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매년 500명' 증원안을 내놨으나,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늘려야 한다"며 사실상 재검토 지시를 했고 이에 이 전 실장이 꺼낸 수치가 '연간 2천 명'이라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 3개 기관에서 내놓은 '의사 부족 추계치'가 사용됐다고 합니다.
복지부가 우선 3개 기관의 연구 논문을 토대로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 전 실장은 이를 토대로 "(5년 동안의 증원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1만 명 나누기 5를 해서 2천 명을 제시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습니다.
다만 이 전 실장은 '2천 명'이라는 숫자를 윤 전 대통령과 사전에 상의하지는 않았다는 진술도 함께 내놨습니다.
대신 "윤 전 대통령이 본인 임기 중에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을 조사 과정에서 확보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임기는 2025년부터 5년 간인 의대 증원 계획 도중인 2027년에 종료될 예정이긴 했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늘려놔야 다음에도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이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 전 실장 역시 "나중에 여러 상황 때문에 (연간 증원 규모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에는) 큰 숫자로 나가는 게 더 맞는다고 판단했다"는 진술했습니다.
역술인 개입설에 대해서는 감사원은 선을 그었습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역술인 '천공' 등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 바 있으나 감사원은 "'2천 명'이라는 숫자를 처음 말하기 시작한 것은 이 전 실장이며 역술인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관련됐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감사원은 "김 여사까지 조사하진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증원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는 의협 측에 미리 이 숫자를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당시 복지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의사단체나 협의체에 (2천 명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면 바로 파업이 일어날 것", "의협도 먼저 (적정한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는데 왜 정부가 먼저 제시해야 하느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