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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명 사망·279명 실종…"최악의 참사" 한밤 홍콩 아비규환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1.27 09:01|수정 : 2025.11.27 09:46


▲ 26일 오후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고층 주거단지에서 불이 나 일대에 붉은 연기가 번지고 있다.

홍콩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과실치사 혐의로 건물 보수 공사 책임자 3명이 체포됐습니다.

27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성도일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2분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났습니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현재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44명으로 늘어났으며 현재 45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발표했습니다.

사망자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포함됐습니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79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불이 난 건물 총 7개 동 중에서 4개 동이 거의 10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화재 발생 약 16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3개 동은 아직 진화 작업 중입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공사업체 책임자 3명(전원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입니다.

이번 화재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에 위로를 표했으며 피해 최소화를 촉구했다고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습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에 대해 "대규모 참사"라고 표현했습니다.

화재와 관련해 홍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 22분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경보 단계를 격상했습니다.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입니다.

화재가 난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이뤄져 있고, 2천 가구에 약 4천8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지가 위치한 타이포 구역은 중국 본토에 인접한 교외 주거지역으로 유명하며 약 30만 명이 거주합니다.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인근 학교 건물 등이 임시 대피소로 개방됐으며 약 900명이 수용됐습니다.

이처럼 피해가 커진 데는 1년여 넘게 이어진 아파트 보수 공사로 인한 요인들이 지목됐으나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재 당시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습니다.

홍콩의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에 대해 홍콩 정부가 안전 문제로 공공 프로젝트에서 사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올해 초 밝힌 바 있다고 AP는 짚었습니다.

외벽에 설치됐던 안전망, 방화포, 비닐막 등을 타고 화재가 이례적으로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또 불에 타지 않은 건물 외벽 쪽에서 발포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던 사실이 확인됐으며 건물 내부에서도 환풍구 등에서 스티로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티로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소재입니다.

주민들은 현지 언론에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인접한 건물들이 대형 불길에 휩싸이면서 장시간 화재가 진압되지 않았습니다.

고온으로 인해 고층에는 진화 인력의 접근 또한 제한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아래층에서부터 수색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달 7일로 다가온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관련 활동이 전면 중단됐으며, 존 리 행정장관은 선거 연기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도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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