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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총통, 미 언론 기고…"국방 예산 400억 불 추가·미 무기 구매"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11.26 14:33|수정 : 2025.11.26 14:33


▲ 라이칭더 대만 총통

중국의 군사적 압박과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직면한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이 미국 언론을 통해 내년에 한화 58조 원 규모의 추가 국방 예산을 편성하는 등 방위비 증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라이칭더 총통은 현지시간 25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중국의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은 타이완해협과 동중국해, 남중국해, 그리고 인도·태평양에 걸쳐 갈수록 심해지는 도발들과 결합해 역내 평화의 취약성을 부각했다"며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세계 안정에 대한 미국의 역할에 감사의 뜻을 표한 뒤 "타이완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등하게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군의 기록적인 타이완 부근 침입과 일본에서 필리핀 군도까지 이어지는, 과거 제1도련선으로 알려졌던 것을 들쑤셔보는 군사 훈련들에도 불구하고 타이완은 직면한 위협과 도전에 굳은 의지로 대응하며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타이완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면서 "중국의 점증하는 압력에 대응해 이미 최근 수년간 두 배로 늘어난 우리의 국방 지출은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3.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이 기준선을 2030년까지 5%로 끌어올릴 것을 약속하며, 이는 타이완 현대사 최대 규모의 지속적인 군사 투자"라고 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이에 4백억 달러, 약 58조 4천억 원 규모의 추가 국방 예산안을 제출할 것이며 이런 획기적인 패키지는 미국산 신규 무기 구매뿐 아니라 타이완의 비대칭 역량도 크게 강화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첨단 기술 투자와 방위 산업 기반 확대, '이념이 가까운' 국가들과의 협력 및 타이완 제조 역량을 활용한 방위 공급망 강화 등으로 위협에 대응하고, 국내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국제 사회가 타이완해협 평화를 위해 계속해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준 것에 감사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과 미국, 유럽, 한국, 호주, 뉴질랜드, 주요 7개국(G7)의 성명은 모두 역내 억지력 강화에 기여했다"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미국 리더십의 중요성을 분명히 해준 것에 감사하고 있고, 국제 사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추구 덕분에 더 안전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타이완이 미국에 '보호비'(Protection fees)를 내야 한다며 국방비를 GDP의 10%까지 늘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공세 강화로 타이완해협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로부터의 관세·방위비 압박까지 겹친 타이완은 TSMC 등 첨단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와 방위 지출 증대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8월 타이완 정부는 우리 돈 44조 2천억 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을 확정했습니다.

내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22.9% 높아진 것이자 GDP의 3.32%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타이완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3%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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