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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여' 쌍둥이 스포츠 스타 누가 있었나? [스프]

권종오 기자

입력 : 2025.11.28 09:00|수정 : 2025.11.28 09:00

[별별스포츠+]


쌍둥이 스포츠 스타
2005년 11월, 당시 15살 2개월의 김연아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하며 슈퍼스타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이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한국 피겨는 16살 쌍둥이의 눈부신 활약으로 큰 기대감에 젖어 있습니다. 쌍둥이 자매 김유재와 김유성 두 선수가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최초로 동반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스포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쌍둥이 스타들은 누구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축구 김강남-김성남 쌍둥이 국가대표, 형은 대표팀 감독
나이가 60살에 가까운 축구팬이라면 1970년대 국가대표로 나란히 뛰었던 김강남-김성남 쌍둥이를 기억하실 겁니다. 두 형제는 고등학교, 대학교는 물론 해병대까지 마치 한 몸처럼 함께 다녔습니다. 쌍둥이의 형이 바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던 김정남 감독입니다. 이들의 막내 동생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해 4형제 축구인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OB 베어스의 구천서-구재서 쌍둥이 야수가 1982년 원년부터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남자 농구에서는 단연 조상현-조동현 형제가 눈에 띕니다. 조상현 감독은 현재 프로농구 창원 LG를 이끌고 있고 조동현 감독은 2022년부터 지난 5월까지 울산 현대모비스를 지도했습니다. 여자배구에서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가 유명했지만 이른바 '학폭 논란'으로 국내 코트를 떠나야 했습니다. 여자 골프에서는 '버디 폭격기' 고지우가 통산 3승을 올리고 있고 쌍둥이 동생 고지원은 올 시즌에만 2승을 거두며 큰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은 언니 김유재가 먼저
김유재
김유재

현재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쌍둥이 선수는 피겨 소녀 김유재-김유성입니다. 두 선수는 2009년 6월 12일에 태어났는데 김유재가 6분 빨랐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란히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기량을 키워나갔습니다.

두각을 먼저 나타낸 것은 언니 김유재. 만 13살이던 2022년 8월 김유재는 자신의 국제대회 데뷔전이었던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해 화제가 됐습니다. 트리플 악셀은 앞으로 3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점프. 김유재는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6위를 차지한 선배 유영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 두 번째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됐고 이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획득한 역대 최연소(만 13세 76일) 한국 선수가 됐습니다. 언니가 먼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자 동생 김유성은 "언니가 메달을 따서 기쁘면서도 다음에는 나도 꼭 같이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금메달과 파이널 진출은 동생 김유성이 먼저
김유성
김유성

언니 김유재에게 자극을 받은 김유성은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습니다. 2023년 1차 대회와 5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처음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티켓을 거머쥔 김유성은 2024년 9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둔 것입니다.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소화하며 합계 198.63점이라는 개인 최고점으로 생애 첫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바로 한 달 뒤에 벌어진 7차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또다시 파이널 출전권을 손에 쥐었습니다.

주니어 그랑프리는 한 시즌에 총 7차례 대회를 치르는데 한 선수는 최대 2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각 대회 순위에 따라 랭킹 포인트를 획득하고, 7개 대회에서 합산 점수가 많은 상위 6명이 '왕중왕전'인 파이널에 진출하게 됩니다. 첫 메달은 언니가 따냈지만 첫 금메달과 2연속 파이널 진출은 6분 늦게 태어난 김유성이 해냈습니다. 동생 김유성이 훨씬 앞서가자 언니 김유재는 "많이 부러웠어요. 집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저도 내년에 꼭 나가자고 생각했어요."라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자극도 받고..시너지 효과
김유성-김유재

이란성 쌍둥이 자매는 당연히 닮은 점이 많습니다. 키도 160cm로 똑같고 체중도 같습니다. 치킨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도 닮았습니다. 선수 생활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부상 불운에 시달리거나 부진을 겪을 때는 서로 의지할 수가 있고 한 명이 잘할 때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는 동기부여가 돼 더욱 노력하고 분발할 수 있게 됩니다. 김유재-김유성 두 쌍둥이는 올 시즌 들어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스타트는 동생이 먼저 끊었습니다. 1차 대회에서 5위에 그친 김유성은 지난 9월 27일 5차 대회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4위에 그쳤지만 배점이 거의 2배인 프리 스케이팅에서 펄펄 날았습니다. 영화 타이타닉 선율에 맞춰 혼신의 연기를 펼쳤습니다. 3바퀴 반을 도는 첫 점프 트리플 악셀은 회전수가 부족했지만, 이후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연속 점프와 트리플 루프-더블 토루프 연속 점프를 깔끔하게 해냈고 트리플 살코도 군더더기가 없이 뛰었습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에서도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러츠 점프를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모든 스핀에서도 최고 레벨을 받은 김유성은 합계 185.99점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기뻤던 것은 2차 대회에서 언니 김유재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던 일본의 오카 마유코에게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고 2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점입니다.

동생의 맹활약을 지켜본 언니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1주일 뒤인 10월 4일 6차 대회에서 마침내 자신의 꿈인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3위에 머물렀던 김유재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습니다. 첫 과제인 고난도 트리플 악셀부터 완벽했습니다. 기본점수 8점에 여기서만 2.29점의 가산점을 챙겼습니다. 이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연속 점프에서도 가산점을 받았고,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루프까지 깔끔하게 뛰었습니다. 후반부에서도 각종 어려운 점프를 실수 없이 해내 7차례 점프 과제에서 모두 가산점을 챙겼습니다. 반지의 제왕 OST에 맞춰 플라잉 카멜 스핀을 최고 레벨로 소화하며 뜨거운 박수 속에 최고의 연기를 마친 김유재는 프리 137.17점에 합계 199.86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모두 경신했습니다. 그동안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만 3개를 따냈던 김유재는 올 시즌 2차 대회 첫 은메달에 이어, 대망의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벅찬 감격을 맛봤습니다.


다음 달 파이널서 동반 메달 도전
이로부터 1주일 뒤 7차 대회가 모두 끝나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종 점수를 합산한 결과 언니 김유재가 전체 2위(랭킹 포인트 28점)로, 그리고 동생 김유성은 6위(랭킹 포인트 22점)로 6명만이 겨루는 파이널에 진출한 것입니다. 김유재는 첫 출전이고 김유성은 3년 연속 진출입니다. 주니어 피겨 세계 최강을 가리는 꿈의 무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은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립니다. 전체 1위 일본의 시마다 마오를 비롯해 4명의 일본 선수가 파이널에 올랐는데 4시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시마다 마오가 우승 후보 0순위입니다. 만약 쌍둥이 자매 가운데 한 명이 금메달을 따낸다면 김연아 이후 20년 만에 신화를 재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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