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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7거래일 만에 하락…국민연금 '구원등판' 논란

노동규 기자 , 박재현 기자

입력 : 2025.11.25 20:37|수정 : 2025.11.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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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모처럼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했습니다.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동원된다는 소식이 영향을 준 걸로 보이는데, 국민의 노후자금인 연금을 환율 방어 수단으로 쓰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노동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민연금은 적립액 가운데 58.3%, 약 771조 원을 해외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보다 많고, 적립액은 계속 불어나는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게 구조적인 원화 약세, 즉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사실상 처음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4자 협의체를 꾸린 목적도 연금 운용을 조정해 환율을 안정시켜보겠단 겁니다.

[정은경/보건복지부 장관 (어제) :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우선 거론되는 게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통화 스와프입니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을 통하지 않고 한국은행으로부터 직접 달러를 확보할 수 있으니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연간 650억 달러 한도인 스와프 계약이 올 연말 종료되는데, 이걸 연장하는 게 유력합니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환 헤지'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팔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해외 투자 자산의 수익률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 선물환 매도는 현물 시장에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수익률과 안전성이 최우선인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 수단으로 쓰는 게 맞냐는 논란이 생깁니다.

환율이 의외의 방향으로 튈 경우 국민연금이 환차익 기회를 놓치거나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효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주기 위한 보장성 기금입니다. 1,450원대에서 환 헤지를 들어가서 만약 1,600원이 되면 엄청난 손실을 국민연금이 보는 거니까.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판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7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구윤철 부총리가 내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메시지를 내놓는다는 소식에 야간 거래에서는 낙폭이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이준호·홍지월·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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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부 박재현 기자와 환율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고환율 비상' 상황인가?

[박재현 기자 : 우리 국민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긴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1천995원까지 찍었습니다. 그래서 이 비정상적인 환율 상승은 곧 경제 위기라는 인식이 있는 겁니다.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이런 추세면 1천420원에 가까워질 겁니다.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연평균보다 높습니다. 그러니 비상한 상황인 건 분명한 겁니다.]

Q. 경상 수지 흑자인데 원화 약세 이유는?

[박재현 기자 : 수출이 잘 되고 경상 수지도 큰 폭의 흑자인 건 맞습니다. 이러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는데, 이게 사라졌습니다. 우선 앞서 보신 국민연금인데요. 적립액은 불어나고 수익률이 좋은 미국 증시 등 해외 투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개인인데요.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식지 않으면서 지난달 서학 개미들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규모가 68억 달러로 9월에 2.5배에 달했습니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또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들인 기업도 원화로 다 바꾸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관세 협상 타결로 미국에 투자도 더 해야 하는데 그냥 달러로 들고 있는 게 요즘 같은 때 환 손실 위험도 적고 속도 편한 겁니다. 그래서 투자 은행들은 주기적인 원화 가치 하락 시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자금 유출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뉴 노멀이라는 겁니다.]

Q. 환율 진정 수단은?

[박재현 기자 : 말씀드린 세 가지 주요 원화 약세 요인을 상쇄해야 합니다. 앞서 보신 대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용 달러에 대해 스와프나 환 헤지 등을 놓고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민 노후자금에 무리하게 손댈 수는 없으니까 신중할 것입니다. 기업들에게는 수출로 번 달러를 시장에 풀어라, 원화로 바꾸라고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을 불러서는 최근의 장 초반에 환율 변동성이 크다, 그러니 해외 주식 투자 관련 환전 주문을 나눠서 처리해라, 이런 당부까지 했다고 합니다.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 환율 조작 오명을 쓸 수 없으니 카드가 제한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를 내리면 금리 역전 폭이 줄면서 환율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거꾸로 모레(27일) 우리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최재영·이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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