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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도주 의혹에 "약물 부작용 때문"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11.24 14:28|수정 : 2025.11.24 14:28


▲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쿠데타 모의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 전 가택 연금 상태였던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전자 발찌를 제거하려 시도했던 건 '약물 부작용 탓'이라는 해명을 내놨다고 현지시간 23일 A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전날 브라질 연방 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자택에서 체포해 수도 브라질리아의 경찰청 본청으로 호송했습니다.

보우소나루가 착용하고 있던 전자 발찌를 21일 자정 직후 훼손했다는 게 체포의 주된 사유였습니다.

대법원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그는 이날 진행된 구금 심리에서 자신이 전자 발찌를 훼손한 것은 그 안에 도청 장치가 들어있을 거라는 환각 증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자 발찌를 열고 싶은 충동이 생겨 이를 만지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린 뒤에 곧바로 자신을 감시 중인 경찰에게 이를 알렸다는 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해명입니다.

그는 만성 딸꾹질 탓에 항경련제를 혼합해 복용한 것이 이번 행동을 일으켰을 것이라 추정하며 도주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보우소나루 변호인들도 그가 전자 발찌를 훼손한 것은 약물과 고령, 스트레스가 함께 작용하면서 생긴 비논리적 행동이라며 그가 도주할 위험은 없으니 기존처럼 가택 연금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해명에도 구금 심리를 주재한 판사들은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모든 법률을 준수했다며 보우소나루 구금이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 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폭동을 선동하고 군부 쿠데타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 9월 유죄가 인정돼 27년 3개월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유죄 선고와는 별개로 지난 8월부터 가택연금 상태였습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그의 체포는 형 집행을 앞두고 가택연금 중인 자택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그의 안전과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기자들을 만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체포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렸으니 그것은 결정된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체포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지난 7월 브라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50%로 인상한 바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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