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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 있는 공간서 살인미수…정반대 진술에 범인 지목한 '혈흔'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1.24 10:32|수정 : 2025.11.24 14:41


▲ 경찰 과학수사

"피고인이 저를 흉기로 찔렀습니다."

"아닙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죽겠다고 해서 말린 것뿐입니다."

둘만 있는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반년 만에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엇갈린 진술 속에 경찰의 과학수사를 근거로 피고인의 유죄를 신속하게 인정했습니다.

전주지법 형사11부(김상곤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59)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5월 10일 오후 4시 20분 전주시 덕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인인 B(53)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B 씨는 크게 다쳤으나 이 아파트에서 200m 떨어진 누나의 반찬가게로 대피해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법정에서 A 씨와 B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했습니다.

A 씨는 "친한 동생인 B 씨가 자기 처지를 비관해 흉기로 목을 찌르려고 하길래 말렸다"고 진술했으나 B 씨는 "술에 취한 A 씨가 싱크대에서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고 맞받았습니다.

범행 현장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양측의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장에 남은 혈흔은 A 씨의 유죄를 밝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의 혈흔 형태분석 결과서를 보면 거실에서는 구조물 등에 의한 충격으로 생성된 혈흔 패턴인 '충격 비산 혈흔(Impact Spatter)'이, 주방에서는 피 묻은 물체를 휘두를 때 보이는 '휘두름이탈 혈흔(Swing Cast-off)' 및 '정지이탈 혈흔(Cessation Cast-off)'이 각각 발견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피해자가 많은 피를 흘리며 범행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움직였거나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면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해를 말리면서 현장에 혈흔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는 신속하게 응급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며 "이 사건의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피고인이 이미 여러 차례 유사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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