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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 부산∼괌 여객기에 승객 3명…항공사 합병 영향 공급 과잉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1.20 11:16|수정 : 2025.11.20 11:16


▲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여객기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김해공항이 사상 첫 국제선 1천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부산~괌 노선 등 일부 노선은 '텅텅' 빈 채로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공정위 규제로 일부 비인기 노선에서 공급과잉이 발생한 현상인데, 항공업계는 지방 공항 노선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늘(20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이달 7일 괌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대한항공 KE2260편 여객기에 승객 3명이 탑승했습니다.

오늘 여객기 전체 좌석은 180석 규모였습니다.

일반적으로 180석 규모 항공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객실 승무원 4명 등 총 6명의 직원이 탑승하는데 승객보다 직원 숫자가 더 많았습니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출발해 괌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승객 4명이 타고 있었고, 지난 2일에는 대한항공 부산~괌 왕복 항공편 승객을 모두 더해도 19명에 불과했습니다.

대한항공 여객기 외에도 부산~괌 노선 항공편 상황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현재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하루 왕복 1편, 에어부산은 하루 왕복 2편을 운항하고 출발 시간도 저녁으로 비슷합니다.

이달 1일 에어부산이 운항한 부산~괌 노선 4대의 여객기에는 총 78명이 탑승해 있었습니다.

비행기 1대당 평균 20명의 승객이 탑승한 꼴입니다.

이처럼 11월 대한항공과 에어부산, 진에어의 부산~괌 노선 평균 탑승률은 10~20%에 불과했습니다.

항공업계는 현재 괌 노선을 일명 '눕코노미'(옆 좌석이 모두 비어 누워 갈 수 있는 이코노미 좌석) 대명사 노선으로 여깁니다.

부산~괌 노선이 극도로 저조한 탑승률을 보인 데는 괌 여행이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공정위 규제로 공급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괌 노선은 과거 대표 휴양지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환율 상승 여파와 비슷한 시간으로 갈 수 있는 휴양지인 베트남 푸꾸옥, 필리핀 보홀 등의 성장세와 맞물려 인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공정위는 앞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의 일부 국제선의 공급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유지하는 조치를 10년간 의무화했습니다.

합병을 앞두고 항공사들이 노선을 합병 축소 시켜 독과점으로 인한 운임 인상과 공급축소 부작용을 사전에 억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공정위 제재를 받는 항공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인기 노선으로 전락한 괌, 세부 노선 등을 코로나19 이전 규모로 증편시키거나 복항시켰습니다.

문제는 이런 노선 운영 제약이 지방 공항 노선 활성화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김해공항은 대한항공, 에어부산, 진에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들이 모두 합병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승객 1천만 명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김해공항은 슬롯(slot·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배분된 시간)이 가득 찬 상황이라 신규 노선 취항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탑승률 10% 수준의 비인기 노선을 의무적으로 운항하게 되면서 신규 노선 취항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고 항공업계는 지적합니다.

5개 항공사가 2019년도 대비 90% 이상 국제선 공급석을 유지해야 하는 노선은 김해공항에서 부산~괌, 부산~세부, 부산~베이징, 부산~다낭, 부산~칭다오 등입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달리 김해공항은 규제받는 노선이 대부분 비인기 노선"이라며 "김해공항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항공, 에어부산, 진에어가 비인기 노선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면 김해공항 성장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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