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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백화점보다 비싼 면세점?…곳곳 환율 직격탄

한지연 기자

입력 : 2025.11.20 09:12|수정 : 2025.11.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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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요새 환율이 많이 올랐는데 이게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기자>

특히 정유나 철강 쪽을 보면 원유나 철광석 같은 주요 원자재를 전량 수입하는 업종이라서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수익성이 바로 내려가는 그런 구조입니다.

정유업계는 연간 10억 배를 넘는 원유를 전부 해외에서 들여오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말 기준으로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1천544억 원 감소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철광석과 연료탄 등을 수입하는 철강업계는 미국의 50% 부품관세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업종들은 수출로 번 달러가 있어서 일정 부분 '헤지'가 되긴 하지만, 수익성 문제를 넘어서 경영 전반에도 부담이 커졌습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재고 확보나 신규 투자 계획도 함께 조정해야 해서요.

단순히 원가만 문제가 아니라 생산량과 수출 전략까지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거죠.

특히 지금 상황이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우는 시기다 보니 환율을 어디에 맞출지, 중장기 전망을 어떻게 가져갈지 기업들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항공업계도 유류비·정비비·리스료가 모두 달러로 결제됩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외화 부채가 48억 달러 정도 되는데요.

환율이 10원만 올라가도 외화평가손실이 약 480억 원이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에 환율 오르면 여행 좀 덜 가게 되잖아요.

항공 수요가 줄어드는 부정적 영향도 미칠 수 있습니다.

<앵커>

다른 산업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식품·화장품 같은 업종도 원재료를 수입하는 구조라서 고환율이 이어지면 생활물가에 바로 반영이 됩니다.

식품업계를 먼저 보면 국산 식품 제조업이 우리 걸 쓰는 비중은 고작 31.8%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밀이나 대두, 옥수수 같은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롯데웰푸드는 3분기 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 손익이 35억 원 감소한다고 공시했고, CJ제일제당도 세후 이익이 13억 원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벅스 같은 경우는 3분기 영업이익이 600억 원으로 10% 가까이 감소했는데요.

국제 원두 가격 상승에 강달러까지 겹친 데 따른 겁니다.

면세업계는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지다 보니 일부 상품은 백화점보다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손님 한 명당 구매액인, 객단가가 줄어들면서 면세업계에서는 공항 면세점 자리까지 반납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여기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곳도 속출했습니다.

수입식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오르자, 호주산 물량을 늘리거나, 원물을 연간 계약으로 미리 확보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곳도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건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얘기겠죠.

<기자>

3분기 해외 채권 투자와 외화 예치금이 40조 원 가까이 늘었는데요.

증가 폭이 역대 최대입니다.

달러 환전 수요가 단기에 확 늘어나면서 원 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가 밝힌 3분기 대외채권은 전 분기보다 271억 달러 증가한 1조 1천199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640조 원입니다.

해외 자산으로의 이동이 강해졌다는 의미인데요.

미국의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이자 높은 미 국채로 이동했고, 이때 필요한 달러 환전 수요가 짧은 기간에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연말 결제·정산 수요, 그리고 달러 자산을 선호하는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환율을 더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채권과 해외 주식에 자금을 넣는 '서학개미' 투자가 늘고 있어서, 대외채권 규모는 앞으로도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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