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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2차 가해"…'학폭 피해' 학생에 '귀신 역할' 맡긴 중학교 뮤지컬 대본 파문

입력 : 2025.11.19 20:12|수정 : 2025.11.19 20:51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 폭력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피해 학생의 경험을 담은 뮤지컬 대본이 작성되며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 심지어 이 뮤지컬 공연에 피해 학생을 참여시키고 학교 폭력에 의해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귀신 역할'을 맡기려 했던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극단적인 괴롭힘 사례는 단순히 학생들 사이 발생한 학교 폭력을 넘어서 대단히 심각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 학생은 결국 학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가해 학생들에 대한 학교 폭력 대책 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와 형사 고소가 진행 중이다.
 

'자살 귀신' 대본에 담긴 피해 내용…피해자에 역할 강요

뉴스헌터스_학폭뮤지컬
뉴스헌터스의 사건X파일에서 방송한 보도 내용에 따르면,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연말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던 2학년 학생들이 작성한 대본이 교내에서 큰 문제가 되며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해당 대본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원통한 나머지 결국 귀신이 되어 해당 학교에 출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A 군 부모에 따르면 A 군은 습관성 틱 장애를 이유로 '장애 XX야', '부모는 없느냐' 등 폭언에 오랫동안 시달렸으며 다른 학생은 A 군의 엉덩이를 10여 차례 만지는 성추행을 지속하기도 했다. A 군은 자신의 사물함내 물건을 파손하는 범인을 잡기 위해 카메라까지 설치했는데 며칠 뒤 카메라 속 SD카드까지 파손되고 '초상권 침해' 범법 행위자로 몰리는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교내 발표회를 위해 작성한 뮤지컬 대본에 놀랄 만큼 고스란히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뮤지컬 대본에는 "고작 신고하겠다고 찍은 게 찌질이마냥 사물함에 몰래카메라"라는 대사가 삽입되었고, 결국 피해 학생이 계속된 학폭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을 암시하며 생을 마감하는 장면까지 포함되었다.

결정적으로, 이 대본을 작성한 두 학생 중 한 명은 A 군을 괴롭히던 가해 학생들에게 동조했던 학생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해 학생의 고통을 잘 알면서도 대본을 썼을 뿐 아니라, 실제 A 군에게 학폭으로 자살한 '귀신 역할'을 맡으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피해 학생 A 군의 어머니는 뉴스헌터스 제작진을 만나 "아이가 대본을 보고 자살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며 큰 충격을 토로했다.
 

"아이가 죽을까 봐…" 중증 우울증 호소하며 학업 중단

뉴스헌터스_학폭뮤지컬
피해 학생 A 군은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우울증이 중증으로 심화되었으며, 원래 있던 틱 장애도 허리까지 꺾고 큰 소리를 내는 증상으로 점점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A 군은 일기장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어떤 심정이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등의 내용을 적으며 자살 충동을 호소했다고 부모는 전했다.

어머니는 아이의 자살 충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했다. 결국, A 군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학업중단 숙려제를 신청해 지난 17일부터 공식적으로 학업을 중단한 상태다.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을 지낸 백기종 공인탐정연구원장은 "아이들이 공감 능력과 인지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 입장에서는 피해 학생이 미워서 '너 실제로 이 대본처럼 되라'는 개념이 있다며 이런 무서운 생각을 못하도록 학교에서 걸러주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의 늑장 대처와 법적 처벌 가능성은?

학교 측은 이전 학폭으로 학폭위가 열렸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번 뮤지컬 대본 사태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학교 측은 뮤지컬 수업이 외부 강사가 맡은 수업이었고, 담임교사도 상황을 제대로 몰랐다고 해명했다. 다행히 한 여학생의 제보로 학교가 상황을 인지한 직후 대본은 폐기 조치되었고, 담당 선생님은 새로운 내용의 대본을 쓰도록 했다. 

뉴스헌터스에 나선 송지원 변호사는 "학교폭력 예방법상 정신적인 폭력 또한 명백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며, 이런 내용의 뮤지컬 대본 작성 및 역할 강요는 피해 학생을 향한 심각한 정신적 2차 가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본을 쓴 학생들에 대한 학폭위 신고가 접수되어 심의가 진행 중이다. 이전 학폭의 주동자 학생은 이미 서면 사과, 사회봉사 등의 처분을 받았으나, 피해일지에 비해 증거 부족으로 피해 사실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편, 피해 학생 어머니는 가해 학생들에 대해 신체적 폭행과 정신적 괴롭힘 혐의로 형사 고소까지 진행 중이다. 가해 학생들은 중학교 2학년으로 생일이 지나 촉법소년에는 해당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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