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에 있는 BBC 본사
영국 공영방송 BB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큐멘터리 짜깁기 논란'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맞서 싸우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미르 샤 BBC 회장은 현지시간 17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우리는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자금의 특권적 성격과 수신료 납부자인 영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분명하게 말하지만,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근거는 전혀 없으며, 우리는 이 문제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BBC는 영국 TV 시청 가구에 부과되는 의무적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사입니다.
앞서 샤 회장은 논란이 된 영상 편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다만, 명예훼손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폭동
트럼프 대통령은 BBC가 미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연설 내용을 짜깁기해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에는 기자들에게 10억∼50억 달러(약 1조 5억∼7조 3천억 원)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BBC의 연설 편집으로 "대통령의 명성과 재정적 피해가 엄청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명예훼손 소송도 영국이 아닌 플로리다주에서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영국에서는 명예훼손 소송 제기 시한인 1년이 만료됐습니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지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이 수정헌법 1조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재판에서 더 엄격한 법적 기준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BBC는 문제의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방송된 적이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플로리다 유권자들은 이를 시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겼는데도 평판이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BBC에서는 고위직 2명이 사임했고, 사측도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