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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 징계 · 강등'…이러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스프]

손석민 기자

입력 : 2025.11.18 17:30|수정 : 2025.11.18 17:31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항소 포기의 경위와 당부에서 출발한 이 사안은 검사장들의 집단 입장문 발표, 여당의 항명 규정 및 강경 대응, 법무부 차원의 수사ᆞ징계ᆞ인사조치 검토, 입장문을 발표한 대표 검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번졌습니다. 오늘 국무회의에 참석하러 온 정성호 법무장관은 "심란하다"며 말을 흐렸습니다. 각각의 쟁점에 대한 법규정 또는 과거 사례를 따져보면서 충돌하는 주장의 사이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검사장들의 입장문 발표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이브닝브리핑
'검사장 18명 명의의 입장문 발표가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따라서 수사 내지는 징계 대상'이라는 주장부터 보겠습니다. 사의를 표명한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검사장들은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사흘 뒤인 지난 10일 '검찰총장 직무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노만석 당시 직무대행에게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로서 공무원이 노동운동이나 공무 외의 일을 위해 집단적으로 행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
"①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

여기서 쟁점은 검사장들의 입장문 발표가 '공무 외의 일'인지, 그리고 이 행위가 집단행위로서 금지 대상인지 여부입니다.

여권과 법무부에서는 검사장들이 자신의 직무가 아닌 사안에 입장문을 낸 것은 법이 금지한 공무 외의 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장동 사건 항소 여부의 주체는 서울중앙지검장이기에 다른 청을 관할하는 검사장들이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반면 검사장들이 요구한 것은 항소포기 결정의 경위를 묻는 것이며, 이는 검사의 직무인 공소제기·항소여부 결정 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공무 외의 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집단행위' 여부도 쟁점입니다. 집단적으로 입장을 낸 것이기 때문에 형식상 '집단'이라 볼 여지는 있지만 그 행위가 단순 의견 표명인지, 내부 지휘체계에 반항하는 '항명' 성격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집단행위'는 공무원의 직무전념성을 해치는 다수의 결집 행위로 해석됩니다. 특히 공익에 반하고 공무원 직무 기강을 훼손하는 행위는 직무전념의무 위반으로 평가되어 위법성이 인정됩니다. 여권에서는 검사장들의 입장문 발표에 위법성은 충분히 인정되기에 행위 자체를 집단 반발 및 항명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장들의 입장문 내용이 의견 개진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검사장들의 성명은 단순히 지휘감독 결정(항소 포기)에 대한 내부 의견 제기 수준"이며, "국가공무원법 66조상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자연스럽게 검사장들의 입장문 발표가 검찰청법에 규정된 이의제기권에 해당하는지로 연결됩니다.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에서 출발된 이의제기권이브닝브리핑
지난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장관과 함께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된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합니다. 대통령 취임 12일 만에 평검사 대표 40명과의 공개 토론회에서 한 검사가 노 대통령에게 정치권의 청탁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통령도 부산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검사와의 대화 이후 검찰권과 검찰 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 여론이 증폭됐고 이는 검찰청법 개정으로 이어집니다.
구 검찰청법 제7조 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2004년 개정 검찰청법 제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ᆞ감독) 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 ②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핵심은 상명하복 규정을 폐지하고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신설됐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 예규인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이 마련되었으며, 이 지침은 "이의제기를 한 검사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 하에 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장들이 요구한 것은 "항소포기 지시 경위에 대한 설명"이라는 점에서, 검찰청법 제7조의 '지휘·감독에 대한 이의제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즉, 상급자의 지휘(검찰총장 대행의 항소포기 지시 또는 지휘) 내지 재량 판단에 대해 하급자가 문제 제기를 한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습니다. 이의제기권은 개별 검사(피지휘자)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하여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제기하는 절차로 설계돼 있습니다. 때문에 검사장들의 '집단적 요구'까지 법이 보장하는 이의제기로 보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도출됩니다.


"검사장을 검사로 인사"..부당한 강등인가 무리없는 전보인가?이브닝브리핑
법무부는 입장문 발표에 참여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인사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사장은 차관급 공무원으로 각 지방검찰청의 장이나 법무부, 대검의 참모 내지는 고등검찰청의 차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청법에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두 가지로만 규정하고 있으며 보직, 즉 검사장 등 주요 직책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검찰청법 제6조(검사의 직급)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

검찰청법 제34조(검사의 임명 및 보직 등) ①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

이와 관련해 검사의 직급에 검사장이 없기에 검사장을 검사로 인사조치하는 건 강등이 아니라 보직 이동에 불과하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입니다. 검사장을 계급처럼 여겨온 검찰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이 참에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2007년 로비 사건에 연루돼 평검사로 강등된 사례 말고는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등이며, "억지로 징계, 형사처벌, 강등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소송하면 100% 승소할 것(공봉숙 서울고검 공판검사)"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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